외국인 가사관리사에 월 200만원?…‘최저임금’ 불협화음
이르면 연말부터 시범 도입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가사근로자·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할지를 놓고 정책 담당 주무부처와 실무 담당 지자체 간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적용을 전제로 한 시범 계획안을 발표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외국인에게 월 200만원 넘게 주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2일 고용부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 시범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필리핀 등에서 오는 100여명의 가사관리사에게 내국인과 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할 계획이다. 월~금 하루 8시간씩 돌본다고 가정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한 임금은 월 201만원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2.5% 인상되는 내년 기준으로는 206만원이 된다. 올 1분기 기준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505만40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특히 1분위 평균 소득은 107만6000원인 만큼 저소득층이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이용하는 것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오세훈 시장도 정부의 시범계획안 발표 이튿날인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 최저시급을 적용하면 월 200만원이 넘는데, 문화도 다르고 말도 서툰 외국인에게 아이를 맡기며 200만원 이상을 주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을 그대로 적용하면 제도 도입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이다. 서울시 실무부서도 이런 내용의 의견을 고용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고용부는 최저임금 적용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가사사용인’, 즉 고용인과 1대1 계약을 하고 가사근로를 하는 형태로 운영한다면 최저임금법에서 제외할 수 있다. 하지만 고용부가 인권 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정부 인증 기관을 통해 가사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만큼 현행 가사근로법에 따라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한국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가입국이기 때문에 제111호 ‘차별(고용과 직업) 협약’을 준수해야 한다는 이유도 있다.
대신 저소득층도 현실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가사관리사 바우처(이용권) 제도를 확대해 소득계층에 따라 20~40% 수준으로 차등 지원해야 한다”며 “월 200만원이라면 최대 80만원까지 지원해 저소득층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독일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오페어’ 제도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오페어(Au Pair)는 프랑스어로 ‘동등하게’라는 뜻으로 문화 교류와 가사 서비스를 연계한 제도다. 외국 가정에서 일정 시간 아이를 돌봐주고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며 숙식과 소정의 급여를 받는다.
근본적으로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수요 자체가 미미할 수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비용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도입의 실효성이 없다는 의미다.
서울에서 8개월 딸을 키우는 워킹대디 이모(33)씨는 “아이가 걸린 문제라 한국인 중에서도 고르고 골라서 찾는데, 언어도 문화도 다른 외국인을 선뜻 이용할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서비스에 대한 비용 지원이 자칫 내국인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상임 고용부 외국인력담당관은 “8월 중 수요 조사를 해 실제 수요자가 원하는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용부는 가사근로자의 공식 명칭을 ‘가사관리사’로 변경하기로 했다. 호칭도 흔히 쓰이는 ‘아줌마’나 ‘이모님’ 대신 ‘관리사님’으로 사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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