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주재 회의선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땐 대통령 리더십 타격”
문재인 정부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김수현(61·사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폐쇄의 절차적 위법성을 인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던 2017년 7월~2018년 8월 에너지전환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아 탈원전 정책을 이끌었다. 대전지검 형사4부(부장 김태훈)는 지난달 19일 김 전 실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2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2017년 6월 15일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은 허가를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지만, 월성 1호기 폐쇄 공약은 지킬 수 있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당초 폐쇄에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던 산업통상자원부는 결국 ‘한수원의 자발적인 조기 폐쇄 결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전 실장이 주관한 2017년 9월 에너지전환TF 회의에서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 공론 조사를 진행하는 공론화위원회가 (한 달 뒤) 공사 재개를 권고할 경우 탈원전 정책 추진이 좌절돼 대통령 리더십에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영덕 천지원전 1·2호기 백지화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등의 대책이 논의됐다고 한다. 또 “가동 원전 전수조사로 원전 안전 문제를 집중 부각해야 한다”는 에너지전환TF 보고도 김 전 실장이 승인했다고 한다.
결국 2017년 10월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고, 김 전 실장은 이를 근거로 한수원의 조기 폐쇄 의향을 제출받도록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또 산업부는 한수원에 월성 1호기 설비현황조사표 작성과 함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문구를 포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일부 한수원 실무자는 “20기에 가까운 원자력발전소 폐지 결정을 저희 부서에서 보고하라고 하네요ㅠㅠ 몇십조 몇백조 결정사항인데, 저는 못한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등 부당한 지시에 불만을 토로하는 문자를 지인에게 보냈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은 검찰 기소에 대해 “2017년 2월 법원이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은 절차적 문제와 안전성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취소 판결을 내려 문재인 후보가 조기 폐쇄를 공약으로 채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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