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어린 화원을 빚는 '오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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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빚은 절경, 오이타
나지막한 기와지붕이 모여 있는 북촌. 어느 골목 끝에 ‘오이타(Oita)’의 작은 문이 있다. 동네 특유의 안정감, 바람과 햇빛이 오가는 구조, 아름다운 한옥이 있는 이곳은 식물 가게가 가져야 할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저는 오이타에 있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소중해요. 어딘가 외출했을 때에도 문득 오이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최문정 대표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정성껏 식물을 가꾸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랐다. ‘오이타’라는 이름은 그런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아버지의 영문 철자를 조합해 만든 것이다.
브랜드를 이끌며 꺼내야 하는 크고 작은 영감도 한순간에 나오지 않는다. 어릴 때 보고 자란 시집이나 소설, 영화의 작은 단면이 모여 지금의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그녀는 화기 역시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것을 선호한다. 골동품이나 황인성 작가가 이끄는 대부요의 화기들을 특히 아낀다. 항상 곁에 두는 식물 도구도 한 물건을 오랫동안 사용하고 싶어서 금속공예 작가와 함께 특별 제작 중이다. “길고 가늘며 끝부분이 동그랗게 말린 도구인데 ‘황동 막대’라고 불러요. 분갈이하기 전에 뿌리의 굳은 흙을 털거나 식물을 심은 후 뿌리 사이에 흙이 잘 들어가도록 다지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도구죠. 샘플을 여러 개 만들면서 최적의 형태를 찾고 있어요.” 현재 오이타에서 전개하는 분재는 오랜 원리원칙과 언제나 같은 선상에 있지는 않다. 하나의 공식을 바탕으로 정확한 형태를 잡는 것이 전통적인 분재라면, 최문정 대표는 식물의 타고난 성정이 공식과 조금 달라도 애써 교정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두는 편이다.
식물은 언제나 그들만의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기 때문에 식물의 본래 마음을 잘 알아채는 것이 자신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이타에 어울리는 식물을 고를 때도 특정한 관리를 하지 않아 독특한 형태가 된 것을 선호해요. 오래된 화원의 가장 구석에 숨어 있던 식물의 먼지를 털며 보물처럼 데려 오죠.” 전국의 분재원을 다니며 기약 없는 만남을 기대하지만, 온종일 단 한 점도 만나지 못하는 게 부지기수. 최문정 대표에게는 오이타의 모든 식물이 운명처럼 소중하다. 가게 안을 장승처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진백나무도 마찬가지. 분재를 처음 시작할 때 작업한 후 지금까지 함께하는, 오이타의 역사 같은 존재다. 그녀는 오이타가 오랫동안 계속되길 바란다. 이 진백나무의 분경도 그 시간과 함께 이어져 나가기를, 더 많은 사람이 작은 화기 속의 세계로 충분히 감동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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