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美신용등급 강등에 장초반 하락세

뉴욕=조슬기나 2023. 8. 2.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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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2일(현지시간) 피치의 미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장 초반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개장전 발표된 미국의 민간고용 지표가 예상을 크게 웃돈 것 역시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1분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88.35포인트(0.53%) 떨어진 3만5442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37.42포인트(0.82%) 내린 4539선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94.25포인트(1.36%) 하락한 1만4089선을 기록 중이다.

현재 S&P500지수에서 헬스, 필수소비재를 제외한 나머지 9개 업종이 모두 하락세다. 기술, 통신, 임의소비재 관련 주의 낙폭이 두드러진다. 미 반도체기업 AMD는 예상을 웃도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매출 감소 여파 등으로 전장 대비 4%이상 내려앉았다. 솔라에지 테크놀로지는 부진한 실적으로 16%이상 하락했다. 오는 3일 장 마감후 실적 발표를 앞둔 애플과 아마존은 각각 1.22%, 2.28% 낙폭을 기록 중이다. 반면 CVS헬스는 호실적에 힘입어 4%가까이 상승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투자자들은 전날 저녁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한 데 따른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피치는 이러한 강등 배경으로 미 연방정부 재정적자 한도 증액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 갈등을 이유로 향후 예상되는 재정악화, 국가채무 부담 등을 꼽았다. 주요 국제신용평가사가 미 신용등급을 하향한 것은 2011년 S&P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미국 증시는 폭락했었다.

다만 2011년과 달리 시장에 미칠 여파는 제한적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JP모건체이스는 전날 밤 늦게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2011년 S&P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국채시장은 매우 변동성이 높았지만, 당시 미 경제의 기반은 매우 달랐다"며 "앞으로 몇주간 비슷한 변동성을 예상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에번스메이웰스의 브룩 메이 매니징 파트너는 "(등급 강등은) 실망스럽지만, 단기적으로 경제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이는 다만 워싱턴 정가에 대한 경고"라고 진단했다.

현재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변동폭은 크지 않다. 국채금리 상승은 국채가격 하락을 가리킨다.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1%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금리는 4.92%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장보다 0.4%가량 오른 102.7선을 나타내고 있다.

향후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에 여파를 미칠 주요 고용지표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에 따르면 미국의 7월 민간 기업 고용은 전월 대비 32만4000개 증가해 다우존스가 집계한 예상치 17만5000개를 훨씬 웃돌았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누적된 기준금리 인상에도 고용시장 과열이 식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시그널로, 앞서 ‘점진적 둔화’가 확인됐던 노동부의 구인·이직보고서(JOLTs)와 엇갈리는 결과다. 전날 발표된 6월 구인·이직보고서에서 미국 기업들의 구인규모는 2년여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어 노동시장이 점진적으로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줬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오는 4일 미 노동부가 발표하는 비농업 부문 고용보고서로 쏠리고 있다. 통상 고용보고서 직전에 발표되는 ADP 민간고용은 일종의 선행지표 격으로 인식되지만, 그 추세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월가에서는 7월 비농업부문의 신규 고용이 20만명 안팎 늘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비농업 고용보고서도 시장 예상을 웃돌 경우 Fed의 긴축을 둘러싼 경계감은 재차 높아질 수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최근 연착륙 기대감에 힘입은 9월 금리 동결 관측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이날 오전 Fed가 차기 회의인 9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2%이상 반영하고 있다. Fed가 6월 제시한 점도표 상으론 연내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이 가능하지만, 현재 시장에선 연말까지 동결 시나리오가 더 유력하게 손꼽힌다.

실적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 상장기업 중 약 82%가 예상을 웃돈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장 마감 이후에는 페이팔, 퀄컴, 로빈후드 등이 실적을 공개한다. 다음날에는 애플, 아마존 등이 대기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실적은 뉴욕증시 흐름을 이끄는 주요 요소가 될 전망이다. 지난주에도 구글 알파벳, 메타플랫폼 등이 공개한 호실적이 증시 상승세를 견인했었다.

바클레이스의 에마뉴엘 카우는 "연착륙이 빠르게 합의되고 있다"면서 "골디락스 내러티브를 바꿀만한 부정적인 촉매제가 없을 경우, 꾸역꾸역 올라가는 답답한 흐름(the grind higher)이 지속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유럽증시 역시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 등으로 하락세다. 독일 DAX지수는 1.22% 떨어진 수준에 움직이고 있다. 영국 FTSE지수는 1.34%, 프랑스 CAC지수는 1.10% 낙폭을 기록 중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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