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뇌물 혐의’ 현직 경무관 구속영장 기각…“도망 염려 낮아”
수사 무마를 대가로 수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서울경찰청 소속 경무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2일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한 뒤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 및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윤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A씨로부터 고액의 경제적 이익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되고, A씨는 향후 형사사건 등의 분쟁에서 피의자로부터 도움받을 것을 기대하고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고위 간부인 피의자가 향후 사건을 담당할 경찰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상당 부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럼에도 “피의자가 타인 명의로 이뤄진 거래와 관련된 뇌물수수 사실을 다투고 있다”며 “피의자가 수령한 경제적 이익과 다른 공무원의 직무 사항에 관한 알선 사이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고, 피의자가 구체적인 사건에서 알선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주거가 일정하며 직업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추어 도망할 염려도 낮다”고 판단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김 경무관은 기업 관계자 A씨에게서 수사 관련 민원 해결 대가로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을 받는다.
당초 공수처는 김 경무관의 신병을 확보한 뒤 수사 지연 문제로 구속영장에 포함하지 않은 대우산업개발 뇌물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보강수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었지만 제동이 걸렸다.
김 경무관은 강원경찰청에 재직하던 지난해 6월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에게서 경찰 수사 무마 대가로 3억원을 약속받고 이 중 1억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경찰의 대우산업개발 분식회계 수사가 개인 비리로까지 번질 것을 우려한 이 회장이 김 경무관에게 청탁성 뇌물을 전달한 것으로 공수처는 의심하고 있다.
김 경무관 사건은 공수처가 2021년 1월 출범한 후 범죄 혐의를 자체 인지한 첫 사건이다.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받는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에 이어 두 번째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손 검사에 이어 김 경무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마저 기각 판단을 받으면서 ‘수사력 부족’ 비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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