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의 거짓’으로 부활 노리는 ‘네오위즈’
“올해 게임업계 최고 기대작을 꼽으라면 단연 ‘P의 거짓’이다.”
부진을 거듭하는 한국 게임에 구세주로 떠오른 게임이 있다. 오는 9월 19일 서비스를 시작하는 ‘P의 거짓’이다. 피노키오 동화를 원작으로 한 소울라이크(잠깐용어 참조) 장르 작품으로, 빼어난 그래픽과 흡입력 높은 줄거리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 게임스컴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괴물 신인’의 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P의 거짓’이 인기를 끌면서 게임을 개발한 네오위즈도 덩달아 주목받는다. ‘아바(AVA)’ 이후 별다른 히트작을 내놓지 못해 잊혀가던 네오위즈는 ‘P의 거짓’을 내세워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한때 넥슨과 자웅 겨루던 원조 3N
어느새 존재감 잃고 중소 게임사 전락
네오위즈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넥슨과 함께 한국 게임업계를 양분하는 회사였다. 스페셜포스, 크로스파이어, 피파온라인2 등 1020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게임을 직접 퍼블리싱(게임 유통)하며 상당한 존재감을 뽐냈다. 매출, PC방 점유율 등 수치가 모두 업계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뛰어난 실적을 바탕으로 넥슨, 엔씨소프트와 함께 게임 산업을 이끄는 ‘3N’으로 불렸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다. 개발사들과 사이가 틀어지며 인기 게임 퍼블리싱 계약이 종료된 영향이 컸다. 네오위즈를 지탱하던 3대 게임 중 스페셜포스와 크로스파이어는 각각 개발사인 드래곤플라이, 스마일게이트가 운영권을 회수해갔다. 피파온라인은 제작사 EA가 퍼블리셔를 넥슨으로 바꿨다.
핵심 게임을 운영하지 못하게 되면서 실적이 급감했다. 이후 맞고·섯다·포커 등 웹보드 게임만 캐시카우로 두고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지 못했다. 결국 엔씨소프트, 넷마블에 밀리며 ‘3N’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2020년대 들어서도 네오위즈 실적은 좀처럼 성장하지 않았다. 계속 정체됐다. 2019년 매출 2545억원과 영업익 236억원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매출 2896억원과 영업익 603억원, 이어 2021년에는 매출 2612억원과 영업익 213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 수혜로 게임업계가 역대급 실적을 쏟아냈던 해다. 업계 전체가 잔치를 벌였던 기간에도 네오위즈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22년 역시 매출 2946억원, 영업이익 226억원에 그쳤다. 반면, 한때 라이벌이었던 넥슨은 2022년 매출 3조3946억원, 영업이익 9952억원으로 창사 이래 실적 최대치를 경신했다. 회사 체급 차이는 10배 이상 벌어졌다.
게임업계 뒤흔든 수작의 등장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던 네오위즈는 2022년 ‘게임스컴’에서 게임업계를 흔드는 수작을 발표했다. 플레이스테이션, XBOX 등 콘솔용(가정용 비디오 게임 기기) 게임으로 개발된 ‘P의 거짓’이었다. P의 거짓은 외부 개발사가 개발했던 기존 네오위즈 대표작과 달리, 네오위즈가 직접 개발한 게임이다. 산하 개발사 ROUND9스튜디오에서 제작을 담당했다. 배경과 캐릭터 이름 등은 이탈리아 소설가 카를로 콜로디의 소설 ‘피노키오’에서 따왔다. 게임은 19세기 말 유럽 분위기를 풍기는 가상의 도시 ‘크라트’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게임을 향한 기대는 뜨겁다. 2022년 8월 24일 게임스컴 오프닝 라이브에서 처음 공개한 이후 ‘가장 기대되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부문을 수상했다. 이어 8월 27일 열린 게임스컴 어워드쇼 2022에서 ‘최고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상’과 ‘최고의 롤플레이상’을 받았다. 국산 게임으로는 최초로 게임스컴 3관왕을 달성했다.
2023년 6월에는 체험판 게임(데모 버전)을 선보였는데, 3일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100만건을 돌파했다. 모바일 게임이 아닌 고용량, 고스펙의 콘솔 게임의 데모 버전이 다운로드 수 100만건을 넘어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데모 버전에서 각종 버그 등 오류가 발생하지 않은 점이 고무적이다. 일반적으로 게임 체험판은 최적화, 버그 등의 문제가 종종 일어난다. 이후 각종 업데이트를 통해 버그와 최적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데모 버전에서조차 문제점이 없다는 것은 완성도가 수준급이라는 의미다.
P의 거짓 공개와 함께 네오위즈를 바라보는 시선은 180도 달라졌다. 해외 게임 플랫폼 업체들은 연달아 네오위즈에 러브콜을 보냈다.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를 판매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P의 거짓’을 엑스박스 게임 구독 플랫폼인 ‘게임패스’에 입점시켰다.
이후 게임업계는 물론 증권가도 유망 게임사로 네오위즈를 꼽으면서 주가도 급등했다. 2022년 중반 2만원대에 머물렀던 주가는 한때 5만1000원까지 육박했다. 이후 코인, 브라운더스트2 흥행 부진 등 부정적 이슈가 발생했지만, 주가는 여전히 3만8000원대에서 선방 중이다. P의 거짓이 9월 흥행에 성공한다면 ‘전고점’을 돌파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적·판매량 이슈 극복할까
기대만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우려의 시선 또한 존재한다. P의 거짓이 선전하고 있지만, 현재 네오위즈 실적이 좋지 않다. 또 구독 플랫폼인 게임패스에 입점한 탓에, P의 거짓이 생각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실제 네오위즈는 2023년 2분기 매출액 684억원, 영업손실 2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회사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웹보드 게임이 비수기에 진입했고, 신작 ‘브라운더스트2’가 부진에 빠지면서 힘을 보태지 못한 영향이 컸다. 여기에 P의 거짓 마케팅 비용까지 들어가면서 회사 부담이 증가했다.
실적 부진에 신작 실패 우려까지 겹치면서 불안하게 보는 시선이 늘어났다.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영업이익(컨센서스)이 664억원에 그치는 이유다.
P의 거짓 판매량이 생각보다 저조하지 않겠냐는 걱정도 상당하다. 게임패스는 일정한 돈을 내면 구독자가 게임을 무제한으로 즐기는 시스템이다. 게임계 넷플릭스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존 게임패스 구독자들이 굳이 돈을 추가로 들여 ‘P의 거짓’을 구입하겠냐는 지적이다. 해당 우려에 대해 ‘기우’라고 진단하는 전문가도 꽤 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2024년 시장 전망치는 (네오위즈의) 다양한 신작을 통한 이익 성장 가능성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P의 거짓 판매량도 시장 예상치는 넘어선다는 게 중론이다. 합리적인 가격 정책 덕분에 판매량이 꽤 높게 나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게임가와 증권가가 예상하는 판매량은 241만장이다.
“가격 정책이 인상 깊다. 원화 기준 일반 버전은 6만4800원, 디럭스 버전(한정판)은 7만4800원에 공개 예정이다. 한정판을 구매하면 3일 먼저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이를 고려했을 때 1만원 정도의 차이는 충분히 초기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가격 정책으로 보인다. (한정판 초기 구매량이 많으면) 게임패스 리스크를 일부 헤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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