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전환하는 ‘대구은행’…탄탄대로?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3. 8. 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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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지분율 4% 이하…3분기 인가 신청

대구은행이 곧 전국구 은행으로 전환된다.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시중은행 문호 개방’ 정책의 일환이다. 금융감독당국은 현재 금융권 산업 지도를 5대 시중은행이 사실상 과점하고 있는 상황이라 인식하고 있다. 건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시중은행, 인터넷은행 등 신규 사업자가 더 많이 이 시장에 뛰어들길 원한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다. 대구은행은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전환 인가 방침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올해 3분기에 인가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하면서 시중은행 진출을 공식화했다.

왜 대구은행만?

대주주 지분 상대적 자유로워

여기서 질문.

지방은행은 대구은행 외에도 적잖다. BNK금융지주 계열인 부산은행, 경남은행을 비롯해 JB금융지주 산하 전북은행, 광주은행, 신한금융그룹 산하 제주은행 등 지방은행만 6개다. 그중 유독 대구은행만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가 뭘까.

비밀의 열쇠는 지분율(산업자본 보유한도)이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인가를 위해 두 가지 조건을 걸었다. 하나는 최소 자본금 요건(1000억원), 또 하나는 산업자본 보유 한도 4%·동일인 은행 보유 한도 10% 등 지배구조 요건이다. 두 가지 조건 모두를 충족해야 한다.

6개 지방은행은 모두 자본금 1000억원이 넘어간다. 지배구조 요건은 각각 다르다.

일단 BNK금융그룹 대주주는 롯데그룹이다. 지분율도 올해 초 기준 11.14%에 달한다. 시중은행 전환을 꾀하려면 4% 이하여야 하는데 넘겨도 한참 넘겼다. JB금융그룹도 삼양그룹 식품 계열사인 삼양사가 최대주주(지분 14.14%)다. 이들 금융그룹이 억지로라도 시중은행 전환을 꾀하려면 의결권을 4% 이내로 행사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요건 발표 이후 이들 은행은 움직임이 없다. 그럴 용의가 희박하다고 결론 내릴 만하다.

반면 대구은행은 다르다. 대구은행 주요 주주 중에는 OK저축은행(8%), 삼성생명(3.35%) 등이 있다. 이들은 산업자본이 아니다. 게다가 지방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하이투자증권)과 보험(DGB생명) 계열사를 모두 갖고 있다. 그만큼 전국구 영업을 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경영진 의지도 강하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자본금, 지배구조 등 시중은행 전환 인가의 법적 요건을 확인해본 결과 대구은행은 현재의 법 체계와 절차 안에서 즉시 신청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며 “대구은행과 지주사는 즉시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고 했다.

제주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요건은 모두 충족한다. 특히 대주주 요건을 놓고 보면 제주은행은 산업자본이 아닌 신한금융지주가 대주주(지분 75.31%)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전환이 가능하다. 문제는 실익이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모회사 신한금융그룹 계열 은행 인지도가 이미 전국구라서 굳이 시중은행 전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언제쯤 새 시중은행 볼까

빠르면 올해 안에 인가

대구은행은 3분기 전환 신청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첫 제도 시행인 만큼 행정 절차 간소화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통해 윤석열정부 관심사가 어디에 닿아 있는지, 어떤 금융 지도를 그리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려는 의중이 짙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인가 절차도 ‘패스트트랙(빠른 의사 결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신규 은행 사업을 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금융위원회의 예비인가, 본인가를 거쳐 최종 승인까지 절차가 복잡하다. 금융당국은 대구은행 의지를 존중해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은행업 인가 과정 자체를 재정비하겠다는 의중을 비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장은 기존 은행업 인가 절차를 따라야겠지만 조건에 따라 예비인가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있어 이를 준용할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은행업 인가 지침에 따르면 합병, 전환, 영업의 양수도 등 구조조정 혹은 고객 보호 명분으로 신속히 인가할 필요가 있거나 인가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되면 예비인가 절차를 생략한다는 조항이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대구은행이 인가를) 신청하면 신속하게 검토를 하겠다. 자본금은 충족하는 상태다. 추가로 볼 부분은 사업 계획이 얼마나 타당한지와 지배구조 이슈다. 현재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마도 빠르게 진행을 하면 올해 안에 (시중은행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 중인 대구은행. 박스 사진은 황병우 행장. (연합뉴스)
시중은행 잘할까

‘대구’ 이름이 발목 잡을 수도

대구은행이 제6의 시중은행이 되면 정부가 원하는 과점 체제가 깨질까.

일단 대구은행은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다.

아직까지 대구은행은 충청도, 강원도, 전라도에 영업점이 없다. 전국구 은행이 되면 없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외형이 커지면 그만큼 기초체력도 좋아질 수 있다고 자신한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전국구 은행이 되면 위상이 올라가 선순위채 조달 금리는 물론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금리를 5대 시중은행과 비슷하게 받을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이자 수익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전까지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수준 재무 구조와 신용도를 갖췄지만 지방은행이라는 이유 때문에 저평가(디스카운트)받았다는 입장이다.

물론 반론도 존재한다.

일단 은행 이름 자체가 지역명을 달고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시중은행이라는 인식을 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는 시선이 팽배하다. 황 행장은 “포항제철이 해외 영업이 늘어나면서 포스코로 사명을 변경한 것처럼 시중은행이 됐다고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며 “(사명 변경의) 유불리를 따져보고, 지역 사회와 소통하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뱅킹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출 금리 인하 카드를 쓰다 부실 고객만 유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고 중신용 중소기업 대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비전을 두고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갸우뚱하는 분위기가 꽤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 경쟁력 중 하나가 심사 기능인데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더 높은 중소기업 심사 역량을 과연 대구은행이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은행은 DGB금융지주와 공동으로 7월 말 ‘시중은행전환TFT’를 구성했다. 시중은행전환TFT는 사업계획 수립, 조정과 시중은행 전환의 장점을 활용한 경쟁력 제고 방안을 중점 논의하게 된다.

TFT 공동 의장은 천병규 DGB금융지주 그룹경영전략총괄 전무와 이은미 DGB대구은행 경영기획본부장(상무)이 맡는다. 공동 간사는 대구은행 전략재무기획부장과 시중은행전환추진팀장으로 신속하고 원활한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게 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0호 (2023.08.02~2023.08.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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