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기업도 ‘패권 전쟁’ 돕는다
반도체·클라우드 주목…‘비용 절감’ 핵심
오픈AI ‘챗GPT’로 촉발된 초거대 인공지능 경쟁에 스타트업들도 참전했다. 대기업들이 초거대 AI 개발을 앞세워 전면에 나섰다면, 스타트업은 뒷단을 담당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초거대 AI 활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팔을 걷어붙였다. 값비싼 미국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AI 반도체를 만들거나, 기업들이 손쉽게 초거대 AI 기반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는 식이다. 그야말로 주연급 조연이다.
속속 등장하는 한국형 팹리스
AI 인프라 구축 핵심…‘유니콘’도 등장
D램·낸드플래시 등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압도적 1위인 한국은 설계가 핵심인 팹리스 분야에서 힘을 못 썼다. 팹리스만 놓고 보면 한국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1% 수준에 그친다. ‘반도체 강국’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 리벨리온, 사피온코리아, 퓨리오사AI, 파두 등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팹리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을 갖고 있다. AI 관련 반도체 설계 특화 기업이라는 점이다.
AI 반도체는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이다. 현재는 미국 엔비디아 GPU가 각종 AI 시장에서 통용된다. 문제는 가격이다. 전 세계 IT 기업들이 엔비디아 GPU 구매를 위해 줄을 서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GPU 가격이 오르고 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가격이 20~30% 인상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재 칩 A800의 개당 가격(대량 구매 기준)은 1800만~2000만원대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I 반도체 3사의 역할은 여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전망은 밝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력만 놓고 보면 글로벌 톱티어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섰다는 평가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으로 미국 인텔과 스페이스X, 모건스탠리 등을 거친 박성현 대표가 창업한 ‘리벨리온’은 2020년 설립됐다. 업력은 짧지만, 리벨리온이 개발한 AI 반도체 ‘아톰(ATOM)’은 일부 평가에서 엔비디아와 퀄컴을 제쳤다. 리벨리온은 지난 4월 세계 최고 권위의 AI 반도체 성능 테스트 대회인 엠엘퍼프(MLPerf)에서도 엔비디아와 퀄컴 제품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퓨리오사AI도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이 주목하는 스타트업 중 하나다. 퓨리오사AI는 인텔과 삼성전자, AMD 등을 거친 백준호 대표가 2017년 설립했다. 현재는 퀄컴, AMD 출신 반도체 전문가와 카이스트 박사 등 20여명 이상으로 구성됐다. 퓨리오사AI가 만든 컴퓨터 비전용 AI 반도체 ‘워보이’는 이미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이 진행되고 있다.
사피온코리아는 AI 반도체 상용화를 성공적으로 마친 유일한 스타트업이다. 2020년 ‘사피온 X220’을 선보이고 NHN 데이터센터와 협력 중이다. 사피온코리아는 올해 하반기 X220 대비 4배 이상 성능을 개선한 X330을 내놓을 예정이다. 류수정 사피온코리아 대표는 “올해 기술 측면에서 가장 큰 목표는 X330을 고객들에게 빠르게 제공, 사업 확대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피온코리아는 최근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X330 시제품 테스트에 착수했다.
국내 최초 팹리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파두는 8월 초 증시에 상장한다. 파두의 주력 제품은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다. AI 시장이 커지면서 데이터센터가 처리하는 데이터량이 폭증, 신뢰성 높은 저장장치가 필요해졌다. 동시에 SSD를 제어하는 ‘두뇌’ 격인 SSD 컨트롤러 역시 성능 고도화 요구가 커졌다. 파두는 이에 부합하는 SSD 컨트롤러를 개발, 글로벌 빅테크 ‘메타’에 공급 중이다.
수요 폭증세…‘턴어라운드’ 기대감
“AI 열풍의 최대 수혜지는 ‘클라우드 시장’이다.”
IT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AI 도입을 위해서는 서버와 스토리지 등 클라우드 인프라가 필수다. 그러나 클라우드 인프라는 ‘직접 만들기’가 부담스럽다. 어쩔 수 없이 기존 클라우드 업체들의 인프라를 빌려 쓸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클라우드 운영·보안 시장 규모는 2027년 4조261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1조3600억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커진다는 예상이다.
시드 내그 가트너 리서치 부문 부사장은 “생성형 AI가 클라우드 시장을 계속해서 이끌어나갈 것”이라며 “기업들이 AI를 기술 포트폴리오에 통합함에 따라, 클라우드 회사에 새로운 시장과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국내에서도 클라우드 관련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투자 시장에서도 뭉칫돈이 쏠리고 있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지난해 9월 MBK파트너스·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으로부터 45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 유치를 받았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시리즈C 투자로 기업가치 2조4000억원을 인정받았다.
고민거리였던 만년 적자 실적도 올해 ‘턴어라운드’를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 메가존클라우드는 2018년부터 연간 100억원대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도 34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IT업계 관계자는 “메가존클라우드 내부에서도 흑자전환을 자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문기 메가존클라우드 이사는 “AI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와 기술이 보편화돼 클라우드관리서비스(MSP)의 역할도 단순 클라우드 전환, 운영 관리에서 기술을 최적화해 활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MS뿐 아니라 구글, AWS까지 오픈AI의 초거대 AI 모델을 활용한 서비스를 발표하면서 고객사로부터 AI 도입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 AI 시장이 커질수록 클라우드 산업과 이를 구축하는 MSP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MSP 클라우드 스타트업 베스핀글로벌에도 성장 청신호가 켜졌다. 일단 고객사가 대폭 늘었다. 올해 흑자전환이 기대되는 배경이다. 베스핀글로벌은 향후 IPO도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의지는 확실하다는 후문이다.
투자 시장에서도 베스핀글로벌을 주목한다. 최근 아랍에미리트의 IT 기업 ‘e&엔터프라이즈(구 에티살랏디지털)’의 1400억원 투자가 대표 사례다.
베스핀글로벌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자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옵스나우 사업 부문을 독립 법인으로 떼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법규 준수·인허가 등 현지화 이슈로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은 MSP 사업과 달리, SaaS는 비교적 해외 진출이 수월하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창업자는 “옵스나우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클라우드 관리와 AI 활용에 집중, 옵스나우360을 종합적인 클라우드·AI 도구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며 “다양한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0호 (2023.08.02~2023.08.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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