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다음은 제약·바이오 섹터라는데
지난해부터 수익률 부진에 시달렸던 제약·바이오 섹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위기론이 점차 걷히고, 반등론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2차전지 상승세가 끝나면 저평가 매력이 높아진 바이오로 수급이 몰릴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반등론을 이끄는 건 중소형 바이오 기업들이다. 대표적인 곳이 펩트론과 오스코텍이다. 최근 한 달 주가 상승률이 각각 108%, 23%에 달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술력’을 앞세워 기술 이전(Out-License)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형’ 앞세운 펩트론·IV랩
비만 시장 겨냥…기술 이전 기대감
중소형 바이오 기업 중 가장 눈에 띄는 ‘주가 상승률’을 보이는 곳은 단연 펩트론이다. 올해 초 7380원이던 주가가 7월 26일(종가 기준) 2만4150원까지 치솟았다. 상승세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제공하는 ‘주가 등락률 상·하위 50종목’에 따르면, 펩트론은 최근 한 달 사이 주가가 많이 오른 상위 3번째 기업이다.
시장이 펩트론을 주목하는 건 ‘방향성’과 ‘기술력’ 때문이다. 펩트론은 전 세계가 관심을 갖고 있는 ‘비만 치료제’ 시장 진입을 도전 중이다. 비만 치료제는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불린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2년 24억달러(약 3조1100억원)에서 2030년 540억달러(약 70조17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비만 치료제를 차세대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 ‘기술 이전’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구체적인 움직임도 감지된다. 펩트론은 지난 6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비만·당뇨 치료제에 대한 라이선싱 계약 텀시트(Term Sheet·제안서)를 수령했다고 밝혔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실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이전은 통상 ① 비밀유지(CDA) ② 물질이전계약(MTA) ③ 텀시트 수령 ④ 기술 이전 체결로 이뤄진다. 이를 고려하면 기술 이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셈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기술을 도입하고, 이에 만족하면 해당 회사를 인수해 기술을 내재화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추후 인수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내비쳤다. 현재 최호일 펩트론 대표 지분은 8.38%. 특수관계인을 모두 합쳐도 9.47%에 불과하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만큼,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다만 부족한 유동성은 약점으로 꼽힌다. 연구개발 비용 부담이 크지만, 매년 적자가 지속되는 탓이다. 지난해 펩트론 매출액은 58억원, 연구개발에 쓴 돈은 139억원이다. 매출 규모의 3배 가까운 돈을 연구개발에 쏟아붓는 형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익성은 엉망이다. 영업손실 152억원, 당기순손실은 150억원에 달한다. 지금까지는 부족한 돈을 증자를 통한 외부 자금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만큼, 추가적인 증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루빨리 기술 이전 성과를 내야 하는 배경이다.
2015년 설립된 인벤티지랩도 증권가에서 ‘핫 종목’으로 꼽힌다. 최근 단기 과열 종목으로 지정됐을 정도다. 인벤티지랩은 펩트론과 사업 형태가 비슷하다. 기존 의약품의 약효 지속성을 개선하는 ‘장기 지속형’ 플랫폼 개발에 힘을 주는 식이다. 펩트론과 차이가 있다면, 비만이 아닌 ‘치매 치료제’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 인벤티지랩은 7월 16일부터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콘퍼런스(AAIC 2023)에서 장기 지속형 치매 치료제 비임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는 “한 번의 주사로 1개월에서 3개월까지 장기간 약효를 유지할 수 있다면 치매 환자의 삶의 질 개선과 안정된 약효 발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4년 ‘흑전’ 기대…후속 개발 박차
오스코텍 주가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올해 초 1만7350원이던 주가가 7월 26일(종가 기준) 2만7600원으로 올라섰다. 퍼센트로 따지면 59.1% 상승이다. 시장이 오스코텍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중소형 바이오 기업의 염원인 ‘흑자전환’이 한발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스코텍은 올해까지 적자를 기록하지만, 내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는 2024년 오스코텍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541억원, 128억원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실적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반전이다. 오스코텍은 지난해 매출 51억원, 영업손실 286억원을 기록했다.
오스코텍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 역시 ‘기술 이전’이 있다. 특히 레이저티닙 관련 기술료와 로열티가 실적 견인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스코텍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원개발사 ‘제노스코’의 모회사다.
오스코텍은 전임상 직전 단계 렉라자(성분 레이저티닙)를 2015년 유한양행에 기술 이전했다. 유한양행이 국내외 2상 임상까지 수행하되, 임상 개발 후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 이전 계약이 체결되면 기술 이전 수입을 6:4 비율로 분배하는 조건이었다. 유한양행은 이를 받아들였고, 관련 개발을 지속했다. 유한양행은 2018년 존슨앤존슨 자회사 얀센과 12억5500만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앞선 계약대로 얀센이 지급하는 기술료는 유한양행과 오스코텍이 6 대 4 비율로 나눠 갖는다. 유한양행이 얀센으로부터 현재까지 수취한 금액은 전체 계약 규모의 12% 수준. 현재 남아 있는 계약 금액은 11억500만달러(약 1조4000억원) 정도다. 단순 계산 시 오스코텍은 5600억원의 기술료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 만약 유한양행과 얀센이 실시 중인 렉라자의 글로벌 임상 3상이 완료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까지 이뤄진다면 기대 이상 고액의 기술료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다.
오스코텍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레이저티닙(렉라자) 후속 파이프라인 ‘세비도플레닙’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11일 독일에서 개최된 유럽혈액학회(EHA 2023)에서 세비도플레닙의 임상 2상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오스코텍은 세비도플레닙 복용 시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는 면역혈소판감소증 환자의 혈소판 수치도 눈에 띄게 개선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향후 연구개발을 이어갈 비용도 충분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유상증자로 886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덕분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기타 금융 자산 포함)은 1059억원에 달한다. 기타 금융 자산 규모가 1038억원으로 비중이 큰 편인데, 대부분 예금 등 단기 금융 상품이다. 바이오업계 전문가는 “오스코텍은 매년 200억원 정도를 연구개발에 투자해왔다. 현금 유동성만 놓고 보면 풍족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0호 (2023.08.02~2023.08.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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