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마운드 복귀만으로 감동 선사...재기는 체인지업에 달렸다

안희수 2023. 8. 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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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긴 재활기를 보내고 426일 만에 다시 오른 빅리그 마운드. 이 서사만으로 류현진(35)의 지난 노력과 시간은 박수 받을 만하다. 실제로 호투로 볼 수 없는 기록에도 홈팬들은 마운드를 내려오는 그에게 큰 함성으로 응원을 보냈다. 국내 야구팬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 

류현진은 2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긴 재활을 마치고 치른 복귀전이었다. MLB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젊은 강팀’ 볼티모어를 상대로 고전했다. 성적은 5이닝 9피안타 4실점. 

1회 초, 애들리 러치맨-라이언 마운트캐슬-앤서니 산탄데르에게 연속 3안타를 맞고 1점을 내줬고, 1사 뒤 거너 핸더슨에게 내야 땅볼로 1점 더 내줬다. 2회도 선두 타자 라몬 유리아스에게 2루타, 후속 라이언 멕케나에게 희생번트를 맞고 1사 3루에 놓였고, 2사 뒤 러치맨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2회까지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직구) 최고 구속은 90마일(144.8㎞/h)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3회부터 류현진은 마치 기어(gear)를 갈아 끼운 것처럼 구위와 제구가 좋아졌다. 90마일 이상 직구를 뿌리기 시작했고, 특유의 핀포인트 제구도 보여주기 시작했다. 5회까지 추가 실점은 없었다. 

깔끔한 마무리는 하지 못했다. 6회 초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핸더슨에게 던진 5구째 체인지업이 통타 당하며 우측 폴 안쪽으로 떨어졌다. 이 경기 4번째 실점이자, 3-3에서 리드를 내주는 피홈런이었다. 결국 류현진은 이 승부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토론토는 이후 불펜진이 무너졌고, 9점을 더 내주며 3-13으로 패했다. 류현진은 패전 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이날 사이영상 레이스를 펼쳤던 2019·2020시즌 주 무기로 썼던 컷 패스트볼(커터)을 5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구속이 올라오지 않은 직구는 1·2회 배팅볼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몸이 풀린 뒤 나선 3회는 부상 전처럼 견고했다. 무사 1루에서 오스틴 헤이스에게 병살타를 잡아낸 뒤 핸더슨을 바깥쪽(좌타자 기준)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다시 선두 타자 안타를 내준 4회도 후속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지웠다. 5회는 1사 뒤 마운트캐슬과 산탄데르에 각각 안타와 볼넷을 허용했지만, 헤이스에게 다시 병살타를 유도했다. 

문제는 6회였다. 5이닝 3실점도 복귀전이라는 상황을 고려하면 좋은 기록이었다. 하지만 6회 선두 타자 홈런을 맞고, 3-3 동점에서 재역전을 허용했다.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S존) 정중앙으로 향하는 실투가 됐다. 


류현진은 경기 뒤 “6회까지 오른 점에 의미를 부여했고, (직구) 구속은 더 오를 수 있다”라고 했다. 2015년 왼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고, 장기 이탈했던 류현진은 이번엔 지난해 6월, 고교 2학년이었던 2004년 이후 두 번째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선수 생활을 걸고 어깨 수술을 받았고, 완치 뒤 더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며 두 번이나 사이영상 3위 안에 입후보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재활 치료를 잘 소화하며 빅리그 마운드에 다시 올랐다. 

물론 나아져야 할 부분도 있다. 지금의 류현진을 만든 주 무기 체인지업이 이날 너무 안 좋았다. 1회 초 1사 3루에서 산탄테르, 2회 초 선두 타자로 상대한 유리아스도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렸다. 6회 초 홈런을 맞은 공도 체인지업이었다. 

류현진-대니 젠슨 배터리는 3회 이후 체인지업 대신 커브 구사율을 높이는 변화를 줬다. 하지만 이마저도 3회 이후에는 상대 노림수에 걸리고 말았다. 3회 초 선두 타자 산탄데르와의 승부가 그랬다. 마치 결정구로 체인지업이 아닌 커브가 들어올 것을 예상한 것처럼 완벽한 타이밍에 걸려 좌전 안타가 됐다. 평균 직구-체인지업 구속 차이가 이전보다 크기 않은 점도 악재였다. 결국 류현진은 6회 선두 타자 핸더슨에게 체인지업이 통타 당해 피홈런을 남겼다. 

다음 등판 관건은 결국 체인지업 제구력이다. 커터 구사율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류현진의 결정구 제1구종은 체인지업이다. 커브를 체인지업처럼 많이 구사하기도 어렵다. 복귀전을 무난히 치러냈지만, 6선발 체제 토론토에서 5선발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향후 ‘결과’로 어필해야 한다. 직구와의 적절한 구속 차, 이전처럼 보더라인에 걸치는 완벽한 제구의 체인지업이 필요하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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