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용 특명…삼성 '입는 로봇' 넘어 휴머노이드 만든다

이희권 2023. 8. 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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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테슬라 부스에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봇'이 전시되어 있다. 김종호 기자


삼성전자가 차세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낙점한 로봇 사업에서 중장기 목표를 높여 잡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고 경영진의 미래 신기술 선점 의지에 따라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는 방안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를 시작하면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디바이스경험(DX)부문 경영지원실 기획팀을 중심으로 로봇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 수립에 돌입했다. 테슬라·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개발 중인 인공지능(AI)을 적용한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헬스케어용 웨어러블(착용형) 로봇 출시 일정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삼성전자는 첫 상업용 웨어러블 로봇 ‘봇핏’을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시제품을 생산했지만 제품 완성도를 높인다는 이유로 실제 출시 시점은 여러 차례 미뤄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3)에서 헬스케어 로봇을 연내 선보이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출시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경민 기자


이미 시제품까지 내놓은 시점에서 중장기 전략을 수정한 배경에는 AI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물결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람의 형태를 모방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물건 운반과 정리부터 위험물 처리, 구조 활동 등 일반 로봇에 비해 쓰임새와 잠재력이 훨씬 클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는 오는 2032년께 인간형 로봇 시장 규모가 286억6000만 달러(약 37조14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그래픽 참조〉

빅테크 기업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시제품을 공개했다. 로봇의 키는 172㎝로 사람과 흡사한 모습이다. 이르면 내년 대당 2만 달러(약 2590만원)에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과 AI,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뉴럴링크’ 등 그간 테슬라가 개발에 집중한 기술을 모두 인간형 로봇에 접목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뉴럴링크 칩으로 구동하는 로봇 팔·다리를 이용해 사이보그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은 지난달 AI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인 ‘피규어’에 900만 달러(약 115억원)를 투자했다. 주요 테크 기업들은 챗GPT 등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생성형 AI를 인간형 로봇에 탑재한 신제품 출시를 예고하고 나섰다.

이에 단순 서빙이나 보행 보조 기능을 가진 로봇 시장에 먼저 뛰어들겠다는 삼성의 기존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테슬라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을 언급하며, 구체적인 사업 검토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5월 미국 출장 중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미래 첨단산업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제작했던 재난 구조 로봇 'DRC-휴보'. 재난 현장에서 밸브를 잠그거나 도구를 이용해 벽을 뚫고 울퉁불퉁한 길을 통과하는 등의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삼성전자는 2021년 로봇과 AI를 포함한 미래 신사업 분야에 3년 동안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 초에는 국내 협동로봇·휴머노이드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0.22%를 인수한 데 이어 3월 콜옵션(매수청구권) 계약을 했다. 삼성전자가 상장 로봇 기업에 투자한 것은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로봇 사업의 성공 여부가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본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가전·스마트폰 소비와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올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95% 감소한 66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결국 삼성이 헬스케어, 웨어러블 로봇을 넘어 AI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목표로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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