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인 5만명 팔다리 잃었다"…1차 대전급 피해 준 러 침공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수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팔·다리를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병원과 구호단체, 의족업체 등의 수치를 종합해 우크라이나인 2만~5만명이 수족을 하나 이상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절단 수술 후 환자 등록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제 수치는 더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 때의 독일이나 영국의 피해 규모와 맞먹는 것이다. 절단술이 부상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1차 대전 때는 약 6만7000명의 독일인과 4만1000명의 영국인이 팔·다리 절단 수술을 받았다.
이처럼 엄청난 중상자 규모는 러시아가 군인과 민간인 모두를 대상으로 지뢰와 포, 미사일, 드론 공격을 퍼붓는 전쟁 양상을 반영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쟁 초기엔 포격과 미사일 공습이 주로 중상을 야기했지만, 지금은 약 1000㎞ 전선을 따라 매설된 지뢰가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WSJ에 따르면 19세 여군 루슬라나 다닐키나는 남동부 자포리자 지역 최전선 인근에서 포격을 받아 왼쪽 다리 무릎 위쪽 부분을 절단했다. 그는 서부 도시 르비우에 있는 구호단체인 '슈퍼휴먼스'의 도움으로 다섯 차례나 수술을 받은 뒤 의족을 달았다.
우크라이나 중부 크로피우니츠키 출신의 24세 전직 철강 노동자인 데니스 흐리벤코는 지난해 징집돼 올 1월 동부 바흐무트 전투에서 두 다리와 왼팔을 잃었다. 부상 전 그의 키는 185㎝였지만 의족을 단 지금은 170㎝로 줄었다.
7세 여아 올렉산드라 파스칼은 지난해 5월 남부 도시 오데사 인근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한 다리를 잃었다. 이 소녀도 현재 의족을 단 뒤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모든 중상자가 곧바로 인공 팔·다리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환자는 5만5000달러(약 7000만원)에 달하는 의족을 구하기 위해서 구호단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수족을 잃은 군인에게 최대 2만 유로(약 2800만원)를 보상해준다. 수족 절단 환자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협력하는 세계 최대 보철 제조업체인 독일의 오토복(Ottobock)도 우크라이나인들에게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인을 포함해 많은 환자가 여전히 치료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내 병원들도 과부하 상태라 환자들이 의족 시술을 받기까지 오랫동안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가 루드녜바 슈퍼휴먼스 대표는 "환자들은 인체 위축 등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절단 후 늦어도 90일 이내에 의족 시술을 받아야 하지만 많은 사람이 1년 이상을 기다린다"고 설명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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