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아웃리치가 남긴 3R···‘리셋’ ‘리트릿’ 그리고 ○○!
해외 선교·아웃리치 통해 ‘리셋’ ‘재확인’ ‘리트릿’ 새겨
팬데믹에서 엔데믹 시대로의 전환기를 맞은 한국교회가 대면예배 출석과 더불어 회복에 집중했던 영역이 단기 선교와 아웃 리치(지역 교회와 주민을 위한 봉사 활동) 사역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국내 각 지방으로의 사역을 재개하며 회복을 담금질했다면 올해는 대부분의 교회가 해외 단기 선교와 아웃 리치를 진행하며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올여름 4년여 만에 다시 해외 선교지를 누빈 공동체들은 준비 과정과 사역 현장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최근 단기 선교를 다녀온 교회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세 가지 키워드(3R)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리셋(reset)’ ‘재확인(reconfirm)’ ‘리트릿(retreat)’이다.
출발선으로 돌아와보니 보이는 것들
서울광염교회(조현삼 목사) 성도들은 지난달 일본 몽골 등에서 해외 단기 선교 사역을 펼쳤다. 일본 동북부 미야기현 선교 여정을 인솔한 이인수 목사는 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는 기존에 진행해왔던 선교 사역들을 토대로 살을 덧대듯 접목했다면 올해는 완전히 ‘제로 베이스’에서 준비했다. 그만큼 선교 환경에 변화가 컸고 팬데믹 기간 동안 희미해졌던 선교 감각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적된 경험을 내려놓고 출발선으로 돌아가 준비에 나서는 건 상상 이상으로 고달픈 과정이다. 동시에 선교지의 환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점검하고 전에 없던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 목사는 “한 청년의 제안으로 현지 성도 27명의 사진을 미리 확보해 한 사람씩 캐리커처로 그린 뒤 얼굴이 새겨진 명찰을 만들고, 각 성도들을 위한 기도 제목이 손글씨로 적힌 엽서를 제작해 전달했는데 감동을 받고 연신 고마워하던 성도들의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소중함, 선교 DNA를 재확인하다
‘셧 다운(shut down)’됐던 예배당에서 대면 예배가 재개됐을 때 성도들이 느꼈던 감격은 선교 현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780km 떨어진 홉스골 지역에 다녀온 이상민 목사는 “팬데믹 기간 동안 굳게 닫혔던 선교의 문이 다시 열리면서 현지 성도들에게도, 그 지역을 찾아간 성도들에게도 선교 사역의 소중함이 느껴진 시간”이라고 했다.
일반 근로자 급여 수준에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사례비로 생계를 유지하는 목회자, 여전히 거리 전도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사역 현실 등 몽골의 오늘은 감염병의 위협에 짓눌렸던 팬데믹의 그늘만큼 어두웠다. 이 목사는 “단기 선교팀과 현지 성도들이 힘을 모아 전도하고 싶었던 이웃들을 교회로 초청하고 복음을 나누는 시간이 이 땅 위의 사역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팬데믹을 관통하는 동안 예배와 공동체성 회복의 핵심 요소로 주목받은 소그룹 공동체의 중요성을 선교 현장에 접목하며 사역의 비전을 재확인한 공동체도 있다. 서울 마포구 서현교회(이상화 목사) 성도들은 지난달 26일부터 6박 7일간 일본의 고베 신코교회(하카마타 야스히로 목사)에서 미션 트립을 진행했다.
선교팀을 이끌었던 정현 목사는 “국민성 자체가 개인화돼 있고, 예배 후 교제나 일상 나눔에 관심이 전무하다시피한 일본 성도의 특성을 고려해 미션 트립을 준비하면서 ‘신앙생활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란 메시지를 깊이 느끼게 하는 데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전략은 기막히게 통했다. ‘우리는 교회입니다’를 주제로 진행한 수련회에서 성도들을 6~7명으로 그룹지어 주어진 질문에 서로의 생각과 삶을 자연스럽게 나누도록 독려했다. 오전과 오후에 각각 2시간씩 소그룹 모임을 가지면서 처음엔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기 부담스러워하던 성도들도 조금씩 마음 문을 열기 시작했다.
정 목사는 “주일 오후에 열린 교류회 시간에 양국의 성도들이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코로나 이후 청년들이 어떻게 모임을 회복할 수 있었는지, 이단의 포교 활동에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은 지 등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일본 복음화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회복과 비전을 함께 준비하는 리트릿(retreat)
선교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뒤 성도들 사이에 ‘리트릿’이 이뤄지며 자기 신앙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사역을 준비하는 모습도 활발하다. 서울광염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해외 선교’와 관련된 글과 사진이 수십개 공유되고 있다. 이인수 목사는 “준비 과정과 선교지에서의 감동을 되새기고 다른 성도들과 공유하기도 하면서 진정한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느끼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화 목사는 “오는 12일에는 해외 비전 트립은 물론 국내 선교에 참여한 성도들과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선교에 대한 새로운 토대를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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