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스러진 청년노동자…‘뒷북’ 대응 나선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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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근로자 김동호(29)씨가 역대급 폭염 속 대형 할인마트 코스트코 주차장에서 카트 정리를 하다가 숨진 데 이어 쿠팡 물류센터 노조가 냉방시설과 휴게시간 보장을 요구하며 첫 파업에 나서면서 정치권이 뒤늦게 온열 질환에 따른 산업재해 대책 논의를 시작했다.
기존 온열 질환 산재 예방지침이 실외 사업장에 집중돼 있어 실내 사업장 중에서도 물류센터 등 폭염에 취약한 곳의 근로자는 더욱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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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근로자 김동호(29)씨가 역대급 폭염 속 대형 할인마트 코스트코 주차장에서 카트 정리를 하다가 숨진 데 이어 쿠팡 물류센터 노조가 냉방시설과 휴게시간 보장을 요구하며 첫 파업에 나서면서 정치권이 뒤늦게 온열 질환에 따른 산업재해 대책 논의를 시작했다.
노동계는 정부의 온열 질환 산재 예방지침이 ‘권장사항’이어서 유명무실하다며 폭염 대책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폭염 대책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7건이 계류 중이다. 폭염 시 근로자의 휴식권·작업중지권을 명시하거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사업주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위험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폭염이나 혹한 등 기상조건을 명시하자는 취지다.
문제는 발의된 법안들이 국회에서 잠들어 있다는 점이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7월 폭염 시 지자체장이 사업주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고, 사업주가 불응하면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이후 한 번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3년 넘게 계류 중이다. 다른 법안들도 캐비닛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존 온열 질환 산재 예방지침이 실외 사업장에 집중돼 있어 실내 사업장 중에서도 물류센터 등 폭염에 취약한 곳의 근로자는 더욱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열사병 등 온열 질환 예방지침’은 건설·농사현장 등 실외 사업장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 고용노동부가 만든 ‘폭염기 온열 질환 예방가이드’는 실내외 작업장에 다 적용되지만 권장사항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김동호씨나 쿠팡 물류센터 직원 같은 실내 사업장 근로자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씨는 지난 6월 19일 사망하기 이틀 전 열악한 근무환경을 호소하며 “엄마, 나 오늘 4만3000보 걸었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사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였다. 그날(6월 17일) 최고 기온은 32.1도였고, 18·19일은 각각 33.3도와 35.2도로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중 김씨와 같은 실내 사업장 근로자를 위한 폭염 대책을 명시한 것은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 2월 발의한 법안이 유일하다. 이 법안에는 폭염의 영향을 크게 받는 물류센터 등 실내 사업장에 있어 사업주의 냉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 법안은 지난 4월 소위에 회부된 이후로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
정치권은 뒷북 대응에 나섰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일정 기준 이상 폭염이 지속될 때 반드시 휴게시간을 갖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8월 내 처리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면서 국민의힘에 협조를 구했다.
노동부는 “기존 법령으로도 대응 가능해 법 개정 실익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폭염 시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에 대해선 “(개정안대로면) 오히려 사업장 내 자율적인 작업중지권 행사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신중론을 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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