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에 코스피 출렁…“2011년 악몽까진 아니다"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국내 증시가 흔들렸다.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2일 코스피는 2% 가까이 출렁였고, 코스닥은 3.18% 급락했다. 하지만 12년 전 미국의 첫 신용등급 강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후폭풍’이 되풀이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9% 급락한 2616.47로 장을 마쳤다. 연고점(2667.07)을 찍은 지 하루 만에 2610선으로 밀려났다. 하락 폭은 올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가 이어진 3월 14일(-2.56%) 다음으로 컸다.
주가 하락을 이끈 것은 기관과 외국인의 ‘팔자’ 행진이었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771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는 7700억원 정도를 순매수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의 낙폭은 더 컸다. 전날보다 3.18% 급락한 909.76으로, ‘천스닥’(코스닥 지수 1000선 돌파)에서 멀어졌다.
기관과 외국인의 강한 매도세에 시가총액 상위종목(코스피+코스닥)은 일제히 파란불(하락세)을 켰다. 지난달 자금을 끌어모았던 2차전지 관련 주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코스피 시총 상위 종목 가운데 포스코홀딩스 주가 하락 폭(-5.8%)이 가장 컸고, 포스코퓨처엠(-4.52%)도 4% 이상 하락했다. 코스닥 시총 1·2위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도 각각 6.85%, 7.45% 급락했다.
투자 심리가 악화한 것은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락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1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 증시 마감 후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가장 안전한 최상위 등급 ‘AAA’에서 한 단계 아래인 ‘AA+’로 낮췄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등을 강등 배경으로 꼽았다.
이날 강등 소식은 미국의 첫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12년 전 악몽을 불러왔다. 2011년 8월에도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부채 한도 인상을 높이고 대립하자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낮췄다. 강등 여파는 세계 증시로 번졌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S&P500지수는 2011년 8월 1일 기준으로 두 달 새 15% 가까이 급락했다. 코스피는 그해 8월 1일 기준으로 6거래일 만에 17% 폭락했다. 주식을 싼값에 팔아버리는 ‘투매’ 영향이었다.
상당수 증시 전문가는 단기 조정은 나타날 수 있지만, 2011년 수준의 후폭풍이 몰아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차례 겪은 이벤트(신용등급 강등)인 데다 현재 미국 경제가 2011년보다 견조한 게 가장 큰 이유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은 그리스 디폴트 등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하는 시점이라 미국 신용등급 하향이 불쏘시개가 돼 신용 우려가 더 커졌다”며 “현재 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견조해 강등 여파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이미 한번 겪은 이벤트인 데다 2011년은 유로존 금융위기라는 특수 상황이 맞물려 있었다”며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박 연구원은 미국 신용등급이 낮춰지더라도 미국 국채에 대한 ‘팔자’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정부채 발행에서 미국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36% 수준으로, 자산배분 측면에서 미국 국채를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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