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보다 내가 먼저" 욕망하는 엄마의 등장, 반갑다

[TV 리뷰] ENA 드라마 <남남> 속 유쾌한 조합

[이진민 기자]

▲ 지니TV <남남> 메인 포스터. ⓒ 지니TV

 
패배해도 잘 싸운 '졌잘싸'가 있다면, 반대로 이겨도 찝찝한 싸움이 있으니. 옛말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 일렀지만, 상대의 약점을 공략할수록 내가 더 아프다. 때론 '남남'이 되고 싶다가도, 별거 아닌 일에 풀리는 사이. 세상에 엄마와 딸 같은 애증 관계가 또 없다.

GENIE TV 월화 드라마 <남남>은 철부지 엄마와 쿨한 딸의 '남남' 같은 대환장 한집살이로 시청자 반응이 심상치 않다. 지난 1일 방송된 6화는 3.6%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을 기록하며 월화 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지금까지 모녀 관계를 다룬 작품이 많았지만, <남남>에는 남다른 점이 있다. 이곳에선 '자식 순애보' 엄마나 '불효막심' 딸은 없다. 오직 철없는 엄마와 등골 휘어지는 딸이 있다!

엄마의 욕구가 살아있다
 

▲ 지니TV <남남> 스틸컷 ⓒ 지니TV

 
<남남>은 집에 돌아온 딸 진희(최수영 분)가 거실에서 자위하고 있는 엄마 은미(전혜진 분)를 발견하는 데서 출발한다. 해수욕장에 함께 놀러 간 모녀, 엄마는 젊은 남자들을 구경하기 바쁘고 딸에게 클럽에 가자고 조른다. 오히려 이를 제재하는 건 딸인 진희. 게다가 기나긴 연애사를 자랑하는 건 딸이 아닌 엄마 은미. 은미의 남자친구가 바뀔 때마다 진희는 무심하고 은미 또한 숨기지 않는다.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에서 욕망을 숨기지 않는 엄마들은 많았다. 딸의 의대 합격만 바라보는 < SKY 캐슬 >의 한서진(염정아 분)이나 자식의 행복을 위해 범죄도 마다 하지 않는 <펜트 하우스>의 오윤희(유진 분)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들의 욕망은 모두 자식의 행복을 위한 모성애의 또 다른 얼굴이다. 하지만 <남남>의 은미는 오직 자신을 위해 욕망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지나가는 잘생긴 남자를 힐끔거리고, 딸에게 자신의 연애사에 관심을 달라고 떼쓰는 철없는 엄마지만, '자식보다 내가 먼저인' 은미의 캐릭터 상은 신선하다.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동시에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은미, <남남>은 새로운 엄마 캐릭터인 은미를 통해 전형적인 가족상과 어머니상 모두에 반전을 꾀하고 있다.

엄마의 '흠'이 되기 싫은 딸

철없는 엄마 덕에 빨리 철든 딸이 있다. 시크하면서 어딘가 무심한 진희는 은미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든든한 딸이지만, 그에게도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있다. 그는 어렸을 적, 마을 사람들이 은미를 반짝반짝 예쁜 금붕어로, 자신은 그런 금붕어 몸에 달린 더러운 똥으로 비유했던 것을 잊지 못했다. 그 말은 어른이 될 때까지 진희를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되었다.

결국, 진희는 은미의 새로운 연애사를 두고 싸우다가 어두운 기억을 꺼냈다. 그는 "내가 나라서 얼마나 엄마한테 미안해하면서 살았는데"라며 "그래서 밥도 잘하고, 집안일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사람들이 금붕어 똥 소리 못하게"라고 울먹였다. 진희의 서글픈 고백에 은미도 아파하며 "그런 걸 왜 기억하냐"라고 다그쳤다.

쿨한 모녀 관계가 눈물로 젖어들 때 시청자의 마음도 움직였다. 이날 방영된 6화는 순간 최고 시청률 4.8%까지 치솟으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아름다운 엄마의 삶에 더러운 똥이 될까 두려웠다는 진희의 고백은 어쩌면 모든 딸들이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일지 모른다. 그런 진희의 말에 덩달아 붉어진 은미의 눈가, 이 장면은 딸의 고민에 대한 엄마의 답장이 아닐까.

남은 회차가 더 궁금한 <남남>
 

▲ 지니TV <남남> 스틸컷 ⓒ 지니TV

 
아직 은미와 진희에겐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친부 진홍(안재욱 분)의 등장에 은미는 외면하고픈 사랑과, 진희는 몰랐던 비밀과 마주해야 한다. 쿨한 모녀 관계에 아빠의 등장이라. 벌써부터 두 모녀가 겪게 될 우당탕탕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GENIE TV <남남>은 욕구에 충실한 철부지 엄마와 당찬 딸의 조합으로 진정한 '현실 모녀'를 보여주고 있다. 사랑해서 싸우고, 싸워도 사랑하는 게 모녀 관계 아니던가. 사랑하지만, 결코 안 싸울 수는 없는 게 바로 <남남> 그리고 현실 속 모녀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