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 시공사로 찍힐라’ 건설업계, 무량판 자체 점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무더기 ‘순살 아파트’ 사태로 무량판 구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민간 건설사들이 자사 아파트를 대상으로 이상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정부가 전수조사 범위를 민간 아파트로 확대한 데 대해서는 LH의 관리 부실 책임을 희석하기 위한 ‘희생양’을 찾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A건설사 관계자는 1일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일단 다 따라가는 분위기이긴 하다”며 “저희는 현재 시공 중인 현장에서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기존에 준공한 일부 컨소시엄 공사나 발주처 설계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극소수 현장도 적정하게 시공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B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상업시설에만 무량판을 적용하는데 다 완공한 건물들”이라며 “내부적으로 확인을 했는데 특별히 문제가 발생하거나 한 건 없었다”고 말했다. C건설사 관계자도 “최근 5년 사이 입주하거나 착공한 단지들을 확인해 보니 2개 단지가 무량판을 적용했다”며 “안전 구조 설계 등을 검토했는데 (전단보강근 등 필요한 자재는) 다 반영이 돼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D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은 이미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무량판 구조와 관련해서 자체 점검을 다 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량판 공법을 쓰지 않는 건설사들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하고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E건설사 관계자는 “무량판 구조는 저희가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해당 사항이 없을 것 같다”면서도 “이게 철근이 빠진 게 포인트라 그 부분에 대해서도 혹시 놓친 건 없는지, 서류는 다 제대로 있는지 다시 한번 전체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LH 아파트 철근 누락 때문에 소란스러웠던) 어제까지는 이 상황이 어서 지나갔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제는 전수조사를 한다고 하니 좀 더 긴장하면서 면밀하게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오랫동안 효과적으로 사용해온 건축 방식에 대한 신뢰가 LH 사태로 크게 훼손된 점을 안타까워 했다. B사 관계자는 “무량판 자체가 검증이 안 됐거나 잘못된 공법은 아닌데 여러 사건으로 ‘완전히 잘못된 방식’으로 인식된 것 같다”며 “아무래도 공간 활용성이 확실히 좋은 기술이다 보니 아파트에는 쓰지 않더라도 상업시설 쪽은 활용하는 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건설사 역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기둥과 천장 사이에 보를 대는 라멘 구조로 짓지만 일부 상업시설은 무량판 구조로 올려왔다.
A사 관계자는 “LH 문제로 무량판이 위험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며 “많은 주상복합에서 사용하고 있는 구조로 20년 넘은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도 무량판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초고층 대단지 주상복합 아파트인 타워팰리스는 2000년 초 완공됐다.
무량판 구조는 수평 철골(철로 만든 뼈대)인 보를 생략하는 만큼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건물을 짓는 땅이 좁을수록 내부 면적을 넓게 뽑을 수 있는 무량판이 유리하다.
E사 관계자도 “지금 (검단) 사고가 나서 원가 절감 때문에 사용하는 거 아니냐고들 하는데 민간 건설사 입장에서 그것보다는 공간 등을 더 풍성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게 더 크다”고 말했다. 무량판 구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탓에 위험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그는 “LH가 발표한 철근 누락 사례 15건 중 설계에서 문제가 된 게 10건이나 된다”며 “그런데 모든 현장의 시공사 이름을 공개해버리니 설계대로 공사한 회사들까지 ‘나쁜 놈’이 됐다”고 한탄했다.
F건설사 관계자는 “저희는 대상이 되는 데가 없어서 어떻게 보면 다행스러운 편인데 그래도 일단 마음에는 걸린다”며 “(철근을 누락한 LH 아파트 15개 단지를 보면) 애초 설계를 잘못한 데가 (10곳으로) 더 많은데 전부 시공사 책임으로만 몰고 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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