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에도 권력 유지 시도”… 트럼프, 추가 기소
2020년 대선 뒤집으려 한 혐의
정치적 타격은 크지 않을 듯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지난 3월 성추문 입막음 혐의, 6월 기밀문서 유출 혐의에 이어 세 번째 기소다.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와 재판 3건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는 앞선 두 차례 기소에도 공화당 내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어 이번에도 정치적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미 연방대배심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4개의 연방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정부를 기만하기 위해 모의한 혐의, 의회의 선거 결과 인증 등 공무집행 방해를 공모한 혐의, 공무집행을 실제로 방해한 혐의, 투표권 등 권리 행사 방해를 모의한 혐의다.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공모자 6명도 함께 기소했다.
잭 스미스 연방특별검사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피고인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선거 부정이 있었고 자신이 승리했다는 허위 주장을 쏟아내며 광범위한 불신을 조성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주장이 허위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고의로 진실을 무시했다”며 “미 연방정부의 기본 기능인 ‘대선 결과를 수집하고 집계·인증하는 국가적 절차’를 표적으로 삼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기소를 “미 역사상 초유의 대선 경선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사의 핵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한 공화당원, 활동가, 선출직 공무원들이 ‘대규모 유권자 사기’에 대한 주장이 허위라는 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조지아주 국방장관에게 압박을 가한 의혹으로도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달 중 네 번째 기소가 유력하다.
줄기소가 현실화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형사 재판에 대응하면서 대선 경선과 본선을 준비하게 됐다. 공화당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전당대회는 내년 7월 진행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전까지 각 주를 돌며 선거 유세를 펼쳐야 하지만 성추문 입막음 사건 공판이 뉴욕 맨해튼 지법에서 내년 3월 25일, 기밀유출 사건 공판이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에서 내년 5월 20일 예정돼 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면한 사법 리스크가 대선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처음 기소된 지난 3월 이후 수천만 달러의 후원금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소가 지지자들의 위기감을 자극하고 이들을 집결시켜 선거운동에 쓸 실탄까지 두둑이 챙기는 효과를 부른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도 이런 여론을 이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검찰 발표가 나온 뒤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트럼프 선거캠프로부터 그를 정치적 박해의 희생자로 묘사한 모금 메일이 지지자들에게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지금까지 상황만 봤을 땐 기소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이득만 가져다준 꼴”이라며 “정치적 목적에 의해 기소당한 희생자라고 주장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의 공화당 장악력이 더욱 공고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기소로 여야 간 공방도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민주당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할 기회로 삼는 반면 공화당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 스캔들에서 시선을 돌리려는 시도이며 당파적 사법 시스템의 증거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양당 분위기를 전했다.
여론 구도만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를 무사히 완주할 가능성이 크다. 수사와 기소가 반복되면서 공화당 보수층의 결집 동력은 강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중이다. 그는 NYT와 시에나대가 공동 시행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똑같이 43%씩 지지를 얻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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