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납북자 해결’ 노력한다더니…핵심 피해자 '배제'
정작 통일부는 장관 면담에 주요 피해자 배제
"통일부, 국방부 탓 돌리는 태도부터 고쳐야"
통일부가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전담 조직까지 신설하고 나섰지만, 정작 김영호 신임 장관 면담에서 핵심 피해 당사자들을 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김 장관은 오는 3일 오후 1시30분께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 관련 단체장을 면담할 예정이다. 대상은 사단법인 물망초,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등이다.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 문제를 강조해온 김 장관의 첫 대외 일정이라는 점에서 해결 의지를 거듭 드러낸 것으로 평가됐다.
문제는 통일부가 북한에 억류된 상태에서 숨을 거둔 고(故) 손동식 이등중사의 딸 손명화 국군포로가족회 대표, 1969년 납북된 황원 MBC PD의 아들 황인철 KAL기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 등 '주요 피해 당사자'를 배제시켰다는 점이다.
황 대표의 경우 통일부가 직접 면담에 초청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하면서 사유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단체는 김 장관과 면담을 강력히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대표 등은 김 장관의 면담 시간에 맞춰 통일부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열 방침이다.
손명화 국군포로가족회 대표는 "내가 국군포로의 딸이고 가족들의 대표인데, 통일부가 이렇게 소외시킬 수 있나"라고 토로했다. 황인철 KAL기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는 "대통령이 문제 해결을 강조해도, 실무진이 이전 정부에서 해오던 행태를 그대로 하는데 무엇이 개선되겠느냐"며 "새 장관이 오자마자 만난다고 해 기뻤는데, 이런 식으로 배제돼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통일부는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대북지원부'라는 지적을 받은 뒤 대규모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은 변화는 장관 직속으로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 문제를 다루는 '납북자 대책반'을 신설하는 것이다. '국군포로는 국방부 소관'이라고 발을 빼 오던 통일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으나, 첫발을 떼기 전부터 어그러진 모양새가 됐다.
"통일부, 국방부 탓 그만…할 수 있는 역할해야"
고위관료 출신 전문가와 인권단체 사이에선 통일부가 국군포로 문제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국군포로 자녀 ▲생존자 파악 ▲인권유린 실태조사 등 국방부 협조를 통해 통일부의 직접적인 역할도 거론된다. 일례로 국군포로 2~3세대의 경우 '대한민국 국민' 신분으로 강제노역에 시달렸다고 주장하지만, 단순 탈북민으로 분류된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귀환 국군포로에 등급을 나눈 국방부, 이들 피해자 송환에 손을 놓고 있는 통일부를 보면 개탄스럽다"며 "진보정부 시절 대화를 위해 사안을 배제하던 행태가 보수정권에서도 기본값처럼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교부 재직 시절 중국으로 탈북한 국군포로 자녀에 대해 법적 의견을 묻는 일이 있었는데, 이는 분명히 탈북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북한의 불법 행위에 억류돼 있다가 탈출한 것이다. 통일부는 이들을 단순 탈북민으로 분류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신 전 대사는 "대화 창구가 없는 상황에선 국제사회 연대를 통해 북한이 국군포로 문제에 반응하게 만드는 노력이 유용할 것"이라며 "납북자 문제에 적극적인 일본을 지렛대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다룰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통일부가 국군포로 문제를 다루겠다고 밝혔으면, 구체적인 과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계속 탈북해올 국군포로 2~3세대의 신분이나 지위에 관한 문제는 '국방부 소관'이라고 책임을 떠밀 것이 아니라, 통일부가 해야 할 일이고 통일부가 가장 잘할 수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던 문제"라고 질타했다.
한편 북한인권시민연합 등 단체 12곳과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씨는 오는 18일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를 의제로 다뤄 달라는 서한을 이날 윤 대통령에게 발송했다. 앞서 한미 정상은 지난 4월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납북자·억류자·미송환 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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