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탈출 전환기 진입…성장동력 투자 절실”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는 1963년 설립된 민간 경제 싱크탱크로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의 계열사다. 일본 국내외에서 공공 재정, 금융, 경제, 산업, 경영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수행한다.
Q. 일본 증시 강세의 원인은.
A. 기업 펀더멘털에 기반한 요인과 일시적 기대 요인, 모두 있다. 미중 신냉전에 따른 갈등 고조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회피하려 중국의 대체재로 일본 주식이 선호되는 요인이 있다. 2022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일본 상장사는 사상 최고 이익을 경신했다. 엔저에 따른 수익 상승이 효과를 보고 있다. 또 다른 일시적 요인으로는 미국 워런 버핏의 일본 주식 매수로 주목을 받은 효과, 도쿄증권거래소의 저PBR 개선 요청 등을 꼽을 수 있다.
Q. 상승세가 지속될까.
A. 일시적 요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배당 증액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을 강화하고 설비 투자와 M&A 등 성장 투자에 자금을 배분해 ROE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글로벌 경제 침체 징후가 보일 경우 안전자산인 엔화 수요가 늘면서 엔저에서 엔고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Q. 일본 경제의 현 상황을 진단하면.
A. 경기는 확장 국면이라 판단한다. 반도체 수급과 에너지 가격 등이 일정 수준 정상화되면서 제조업 경기는 안정적인 국면에 접어들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정상화 과정에서 서비스업 중심의 ‘펜트업’ 효과도 작용했다. 현재는 만성적인 디플레이션 혹은 제로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디플레이션 탈출 여부는 물가와 임금의 선순환 메커니즘이 작동하느냐에 달렸다.
Q. 임금과 물가 상승의 선순환이 가능할까.
A. 비용 증가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된 기업들이 비용 증가분을 판매 가격에 전가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과거와 구분된다. 최근 일본은행이 발표한 ‘전국 기업 단기 경제 관측 조사(단관·短觀)’에서 판매 가격 판단 DI(Diffusion Index·판매 가격 상승 응답 비율에서 하락 응답 비율을 뺀 값)보다 매입 가격 판단 DI(매입 가격 상승 응답 비율에서 하락 응답 비율을 뺀 값) 저하가 눈에 띈다. 이는 고비용을 판매 가격에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기업 규모를 불문하고 여러 업종에서 목격된다. 즉, 채산성 개선으로 설비 투자 증가나 가계의 고용, 소득 환경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임금 상승을 수반한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 소비, 수익, 투자 등이 증가하고 기업도 가계도 혜택을 누린다. 다만, 일본은행이 인플레이션율이 안정적, 지속적으로 2%를 웃돈다고 판단하면 금융 정책 정상화(긴축)가 시작된다. 이렇게 되면, 지금과는 정반대 메커니즘이 작용해 임금과 물가 선순환이 작동하는 흐름이 멈출 수 있다.
Q. 엔저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A. 해외 생산 비율이 높아진 현재는 엔화 약세로 수출이 증가하는 효과는 거의 없다. 해외 사업에서 얻는 배당이나 수익 등이 일본 국내로 환류하는 금액은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이 정상화되면서 엔화 약세가 수출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정리하면, 지난해는 원자재 가격 급등과 엔저가 겹쳐 교역 조건이 악화했고 해외 소득 유출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엔화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쁜 엔저’를 언급하지 않게 된 것은 수입 물가가 진정되고(교역 조건 개선), 임금 인상 지속에 대한 기대감, 주가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조건이 변화한다면 또 다시 ‘나쁜 엔저’ 목소리가 등장할 수 있다.
Q. 기업의 펀더멘털은 어떤 변화가 있나.
A. 기업 내부 유보금이 쌓여 재무적으로는 안정적이지만 ROE는 미국, 유럽보다 뒤처진다. 지난 30년간 시가총액 상위 기업 변화도 드물었다. 다만, 인력 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신성장동력 투자, 자동화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등은 반드시 해야 하는 투자이므로 견조하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 결국 장기 성장률을 높이려면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 예컨대 리스킬링(재교육)을 통한 근로자의 노동 생산성 향상이나 외국 인재의 수용이 필요하다.
(도쿄·구마모토 =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9호 (2023.07.26~2023.08.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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