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2억 횡령한 간 큰 직원…경남은행은 왜 15년간 몰랐나
BNK경남은행에서 562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 사고가 발생해 검찰과 금융당국이 수사ㆍ검사에 착수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임세진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경남은행 부동산투자금융부장 이모(50)씨의 주거지와 사무실, 서울 소재 경남은행 투자금융부 사무실 등 10여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달 21일부터 긴급 현장검사에 착수해 현재까지 562억원에 달하는 횡령ㆍ유용 혐의를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의 600억원대 횡령사고 이후 두번째로 규모가 크다. 금감원은 이날 은행권의 부동산PF 자금 관련 긴급 점검도 지시했다.
이씨는 부동산 사업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회사의 PF 대출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는다. 2007년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5년간 부동산 PF 업무를 담당한 이씨는 가족 명의 계좌로 대출(상환) 자금을 임의 이체하거나 대출서류를 위조하는 등 ‘전형적인’ 횡령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2016∼2017년 부실화된 PF 대출에서 수시 상환된 대출 원리금을 가족 명의 계좌에 임의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77억90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씨는 2018년 2월 횡령한 돈 가운데 29억1000만원을 상환처리했는데 이는 자신의 횡령을 은폐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금감원은 추정하고 있다. 나머지 48억8000만원은 회수되지 않았다.
이씨는 또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는 PF 시행사의 자금인출 요청서를 위조해 경남은행이 취급하던 자금을 가족 법인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2회에 걸쳐 326억원을 빼돌렸다. 지난해 5월에는 PF대출 상환자금 158억원을 자신이 담당하던 다른 PF대출 상환에 유용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A씨가 관리했던 다른 PF사업장의 대출자금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지난 6월 경남은행으로부터 A씨의 다른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진행 사실을 보고받고 자체 감사를 실시하도록 지도했다. 경남은행은 자체 감사를 벌여 A씨의 PF 대출 상환자금 77억9000만원 횡령 혐의를 인지하게 됐으며, 지난달 20일 금감원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다. 이에 금감원은 다음날 긴급 현장점검에 착수해 현재까지 횡령ㆍ유용 혐의 484억원을 추가 확인했다. 검찰도 예금보험공사의 수사 의뢰와 경남은행의 고소를 접수한 뒤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수사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씨는 15년간 동일 업무를 담당하면서 전형적인 횡령 수법을 동원했다”며 “특정부서 장기근무자 순환인사 원칙 배제, 거액 입출금 등 중요 사항 점검 미흡 등 기본적 내부통제가 작동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이씨가 은행의 내부통제를 회피하기 위해 사문서를 위ㆍ변조하는 등 불법적이고 일탈적인 수단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이씨를 즉시 업무에서 배제했으며, 향후 수사기관 조사와 금융감독원 검사에 적극 협조해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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