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인물]암치료 펀드 개설한 스티브 잡스의 아들…"자본의 역할 깨달아"
어머니 회사서 건강 사업 부문 독립 운영키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외아들 리드 잡스(31)가 암 치료법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벤처캐피털 회사를 만들었다.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보며 의학에 관심을 보여온 그가 기술 개발에 있어 자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직접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리드 잡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자선단체 '에머슨 콜렉티브'의 건강 사업 부문을 별도 벤처캐피털사인 '요세미티(Yosemite)'로 분리해 독립 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에머슨 콜렉티브는 스티브 잡스의 아내이자 리드 잡스의 어머니 로렌 파월 잡스가 설립한 단체다. 이 단체는 암이 인간에게 치명적이지 않은 병이 되게끔 만드는 데 집중하고자 2015년부터 별도 건강 사업 부문을 운영해왔다. 리드 잡스는 최근까지 이 사업 부문을 직접 이끌다가 독립하게 됐다.
스티브 잡스의 자녀는 넷이다. 장녀인 리사 브레넌 잡스는 그가 23세 때 낳은 혼외딸이다. 이후 1991년 로렌 파월과 결혼해 외아들 리드 폴 잡스와 딸 에린 시에나 잡스, 이브 잡스를 낳았다.
1992년생으로 스티브 잡스의 외아들인 리드 잡스는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전기를 쓴 유명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에게 "내가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리드가 졸업하는 것만큼은 보고 싶다며 신과 거래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아이작슨 작가는 리드 잡스를 아버지만큼 열정적이면서도 어머니의 다정함을 물려받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애정을 듬뿍 받았던 아들이었던 만큼 리드 잡스는 아버지의 투병 생활을 보며 의학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스티브 잡스는 2003년 췌장암 진단을 받은 뒤 8년간의 투병 생활 끝에 2011년 10월 5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리드 잡스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12살이던 해에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았다"며 이 사건이 15살에 스탠퍼드대에서 여름 인턴십을 하던 자신이 종양학에 관심을 갖게 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스탠퍼드대에 있을 때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다"며 "진짜 의사가 돼 사람들을 직접 치료해주고 싶어 의예과 학생으로 있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이를 수행하기가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후 리드 잡스는 종양학이 아닌 사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핵무기 정책에 집중해 석사 학위까지 땄다. 하지만 결국 어머니의 회사인 에머슨에 입사해 건강 사업 부문을 맡았고 여러 기업과 연구소에 투자를 해왔다.
리드 잡스는 "지금까지 내가 벤처캐피털 사업을 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렇지만 무언가를 진짜 키워내고 만들어낼 때 자본이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떠한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 과학적으로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에 따라 엄청나게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벤처캐피털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벤처캐피털 회사의 이름이 된 요세미티는 캘리포니아 출신인 스티브 잡스가 파월 잡스와 결혼식을 올리고 휴가 때 종종 찾을 만큼 애정을 보여왔던 지역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벤처캐피털 회사의 이름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요세미티는 유명 벤처투자자이자 스티브 잡스의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존 도어,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 센터, 록펠러대, 매사추세츠 공대(MIT) 등 여러 투자자와 기관으로부터 2억달러(약 2600억원)를 초기 투자 자금으로 모아 사업을 시작한다. 요세미티는 전신인 에머슨 건강 사업 부문에서 이미 수백명의 연구원을 지원하고 미국, 유럽, 이스라엘 등 세계 곳곳에 있는 수십 개의 치료·진단 회사에 투자해왔다.
벤처캐피털 회사로 수익 창출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동시에 기부금도 받아 이를 관리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렇게 되면 아무런 조건 없이 기부금으로 지원받아 기술을 개발하는 과학자들이 이후 그 기술이 상업화됐을 때 요세미티에서 펀딩을 받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리드 잡스는 NYT에 밝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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