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에 亞 증시 '털썩'…"안전자산 선호에, 美 국채 수요 확대"
위험자산 회피 현상에 채권 수요 확대
美 국채 투자 수요 몰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29년 만에 강등하면서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반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신용등급이 하향된 미국의 국채 투자 수요는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2일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9% 하락한 2616.47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3% 내린 3만2707.69에, 토픽스 지수는 1.52% 떨어진 2301.76에 장을 마감했다.
중화권 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홍콩 항셍지수는 현지시간 오후 2시49분 현재 2.4% 하락중이고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각각 0.98%, 0.42% 내리고 있다.
앞서 피치가 미국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를 이유로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 글로벌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 꼽히는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등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한 건 S&P가 2011년 AAA에서 AA+로 강등한 이후 12년 만이다. 피치 기준으로 미국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된 건 1994년 8월 이후 29년 만이다. 피치는 이날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하면서 "향후 3년간 재정 악화가 예상될 뿐 아니라 지난 20년간 부채한도 교착 상태와 극적 해결이 반복돼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AAA 등급을 받은 다른 나라에 비해 거버넌스가 악화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토니 시카모어 IG 마켓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위험 회피 흐름을 촉발하고 이는 아시아 주식 하락을 뜻한다"며 "이 뿐만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달러와 같은 고위험 통화보다는 안전자산으로서 일본 엔, 스위스 프랑과 같은 통화나 이들 국가에 대한 국채로 자금을 몰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오히려 미 국채 투자 수요는 확대되고 있다. 미 국채 수익률은 현재 2년물 기준 전거래일 대비 0.63% 내린 4.881%, 10년물 기준 전거래일 대비 0.67% 내린 4.023%에 거래되고 있다. 세계 최대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채권 가격은 뛰고 오히려 채권 수익률은 하락하는 것이다.
이를 놓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신용등급이 하향됐던 2011년 8월의 데자뷔가 연출될 것이란 전망도 확산되고 있다. 당시 S&P는 미 의회에서 부채 상한선 협상이 타결된 후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했다. 시장에서도 미국의 부채 상환 능력을 의심하기 보다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면서 미 국채 투자 수요가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세트에 따르면 2011년 8월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약 3%에서 신용등급 하향 후인 9월말 1.8%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선 안전자산인 채권보다는 오히려 위험자산으로 여겨지는 주식 시장에 악재로 작용한다.
특히 아시아 신흥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에도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하향한 지 1주일 뒤 미 증시가 15% 떨어지는 동안, 아시아 신흥시장은 더 큰 하락폭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17% 내렸다. 다만 주식시장에 미치는 충격 역시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호주 자산운용사인 펜달 그룹의 에이미 셰 패트릭 자금 매니저는 "신용등급 강등은 단기적으로 다소 불안을 유발할 수 있지만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며 "국채를 대체할 수 있는 충분히 안전하고 규모 있는 신뢰할만한 대안이 필요하지만 지금으로선 명확한 옵션이 보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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