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폭’ 이어 ‘건설 이권 카르텔’ 지목…그게 뭔데? [건설카르텔 뇌관①]

원나래 2023. 8. 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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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철근 누락 아파트 관련 ‘이권 카르텔’ 문제로 규정
경실련 LH 전관특혜 의혹 제기…LH “의혹 업체 투명 공개”
민간아파트까지 전수 조사 확대, 건설업계 예의 주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무량판 구조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국토교통부

카르텔(Kartell). 독일어인 카르텔은 조금씩 다양한 개념으로 쓰이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적인 행태를 일삼는 집단끼리 담합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여겨져 통상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용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 ‘카르텔’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윤 정부는 전 정부의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 대상 등을 ‘이권 카르텔’로 지목하며 이들 세력과 전면전을 벌이겠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 단지의 철근 누락 사태도 ‘이권 카르텔’의 문제로 지목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부실 공사 문제와 관련해 “국민 안전을 도외시 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설계, 시공, 감리 전 분야에서 부실이 드러난 것이라 지적하며, 이러한 근본 원인이 건설 산업의 ‘이권 카르텔’에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건설 이권 카르텔’을 최근 발생한 안전사고의 근본적 원인으로 판단하고, 이를 끊어내겠다고 선언했다. 원 장관은 “결론적으로 모든 책임은 좌든 우든 이권 카르텔에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건설 현장에서 수십 년 넘게, 가깝게는 지난 6~7년간 비정상이 쌓이고 쌓인 부분의 이권 카르텔을 도려내고, 업무 부실은 근본적으로 끊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건설 현장에서 불법 부당행위를 통해 이권을 갈취하는 일부 건설노조를 ‘건폭’, 즉 건설현장의 폭력으로 지목하며 근절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는 설계, 시공, 감리 등 건설 관련 전 분야에 걸쳐 겨냥되면서 현 정부의 ‘카르텔과의 전쟁’이 건설 분야 전체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경실련은 이번에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 설계와 감리를 맡은 업체가 LH 전관 영입 업체라고 밝혔다.ⓒ데일리안

일각에서는 이권 카르텔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관예우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가 된 LH 아파트들의 시공사, 감리사 고위직에 LH 출신들이 취업한 사례가 많은데, 이들이 관리 부실을 눈감아줬다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지하 주차장이 붕괴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설계와 감리를 맡은 업체가 LH 영입업체였다며 전관특혜 실태조사를 해 달라고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경실련은 2021년 LH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 등에 대해 수주 현황을 분석한 결과, 상당부분을 LH 전관 영입업체가 가져갔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또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 설계와 감리를 맡은 업체가 LH 전관 영입 업체라고 밝혔다.

이에 LH는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업체 선정 시 심사위원은 100% 외부위원으로 구성하고 심사 전 과정을 유튜브 생중계로 공개하고 있다”며 “이밖에도 퇴직자 유관기업 수의계약 금지, 임직원의 퇴직자 접촉 금지, 퇴직 자 취업제한 확대 등 입찰·심사·계약 전 과정에 타 공공기관 대비 더욱 엄격하고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전관 등 이권이 개입될 여지를 적극 차단하고 있다”고 강력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진행될 감사원 조사에도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며 “비위사실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수사기관 고발조치 등 강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LH는 문제가 확인된 15개 단지의 경우 전관예우 의혹이 제기된 업체들의 선정절차와 심사과정을 분석해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또 발주에서부터 감리에 이르기까지 건설 전 과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특혜 의혹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부분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반카르텔 및 부실시공 근절을 위한 조직’을 즉시 신설할 예정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LH가 설계, 감리, 시공사를 직접 선정하는 등 건축 전 과정을 총괄하는 만큼 현장에서는 갑 중에 갑인 게 사실”이라며 “현재 지하 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단지들을 자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임대아파트 뿐만 아니라 이제 민간아파트까지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다”며 “일단은 LH가 트리거(Trigger·방아쇠)가 됐고, 앞서 나온 건설현장의 ‘건폭’ 등과 함께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조사가 전반적으로 확대될지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2017년 이후 준공된 전국 민간 아파트 중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293개 단지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할 계획이다. 무량판 구조로 시공 중인 105개 단지와 준공된 188개 단지가 조사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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