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인물' 고민하는 국민의힘…해답은 스타 장관?
안철수·홍준표 "수도권 출마할 인물 없어 걱정"
당내선 한동훈·원희룡·박민식 등 출마 가능성↑
"국민적 인지도 도움될 것…중도 소구력, 숙제"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수도권에서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다. 출마를 원하는 인물들은 많지만 인지도 면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분석에서다. 이에 당내에선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대변하면서 야당과의 싸움에 전면에 서는 등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부 장관, 박민식 보훈부 장관 등 '스타 장관'들의 출마가 수도권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감지되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는 지난달 31일 진행했던 조직위원장 공모에서 신청자가 없었던 수도권 3~4곳에 대한 추가 공모 없이 기존 지원자를 대상으로 심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심사 결과는 이르면 이달 중순, 늦어도 이달 말쯤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신청자가 없었던 곳으로 거론되는 곳은 서울 서대문 등 수도권에 밀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에 집권여당 당협위원장을 맡아보겠다는 지원자가 없다는 사실은 최근 당내의 인물론 고민과 맥이 닿아 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으로는 수도권 당선이 어려울 것이란 생각에 도전을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전날 YTN '뉴스 라이브'에 출연해 "4년 전 후보군보다 지금 국민의힘의 수도권 후보군이 더 취약하다"며 "이대로 가면 패배하는 것이 자명하다. 지금부터라도 최선을 다해 영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6월 여의도에서 열린 대구투자설명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1996년도에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해방 이후 처음으로 보수정당에서 수도권 압승을 거뒀다. 그 배경은 2년 전부터 그 지역에 적합한 인재를 찾았던 것인데 지금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그게 제일 걱정"이라며 "수도권에 우리 인재가 고갈됐고 그나마 남은 인재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다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당내에선 현재 윤 정권의 기조와 정책적인 측면을 뒷받침하면서 이름값을 올리고 있는 이른바 '스타 장관'들의 수도권 출마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확보한 행정력은 물론이고 야당과의 싸움에서 최전방에 서 있는 인물들이 올라올 경우 수도권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대표적인 주자로 꼽히는 인물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한 장관은 이번 정권 들어 가장 큰 문제였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문제를 풀어내는 것은 물론 야당을 상대로 거침없는 언변을 선보이며 보수 지지층의 눈길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이미 한 장관은 서울 광진을 또는 종로 지역에 출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한 장관의 출마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안철수 의원은 한동훈 장관의 출마와 관련해 "본인의 결심과 인사권자의 결심이 중요하다"며 "현재 만만치 않다고 생각되면 그 때 아마도 대통령이나 장관께 직접 부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둘러싼 야당의 공방을 온몸을 던져 막아내고 있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수도권에 나설 주자로 꼽히고 있다. 특히 원 장관은 국토부를 통해 고속도로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며 야당의 의혹 제기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사업 재개를 위해 "오물을 치워야 한다"며 야당 공세를 '오물'이라고 비판하면서 보수층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실제로 원 장관은 현재 국민의힘 입장에서 험지로 여겨지는 경기 고양갑에 출마할 것이란 설이 나온 상황이다. 원 장관은 지난 6월 국회 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기 고양갑 공천설이 제기된다'는 질의에 "심(상정) 의원과 대결할 수 있다면 영광"이라고 답했다. 이에 고양갑 현역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원 장관을 향해 "어금니 꽉 깨무시라. 많이 아프실 것"이라고 견제의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다.
고(故) 백선엽 장군이 친일파가 아니라는데 장관직을 걸겠다고 선언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도 잠재적인 수도권 후보군이다. 백 장군은 한국전쟁 당시 공을 세워 무공훈장을 받은 인물이다. 하지만 특정 성향 진영에서는 백 장군을 반민족행위자로, 보수 진영에서는 한국전쟁 영웅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 장관은 최근 백 장군의 국립대전현충원 홈페이지 내 안장자 정보에서 '친일' 문구를 삭제하면서 보수 진영의 손을 들어줬다.
박 장관도 출마 여부 관련 질문에 "내 의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나를 응원해 주는 분들이 '당신은 무슨 자리에 가는 게 역할을 참 잘한다' 그러면 거기에 따르는 것이 정치인의 운명"이라고 답하면서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수도권에서는 정당보다는 인물이 통하는 만큼 언론에도 많이 나오고 국민적인 인기가 많은 장관들이 출마하면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국민적인 인기가 있는 만큼 안정적인 지역구보단 험지에 출마해서 당의 경쟁력을 끌어줬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도권 경쟁을 위해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인물을 추가로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중도층이 늘어난다는 얘기는 계속 나오는데 우리 당에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인물이 부족한 건 약점이다. 그래서 유승민·이준석 동행설까지 나오는 게 아니겠느냐"라며 "현 정권과 발맞추는 장관들의 출마도 환영할 일이지만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는 인물의 영입도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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