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 “결국은 공감과 연대의 이야기…부담감은 연기의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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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 얼굴'은 배우 천우희를 일컫는 대표적인 수식어다.
매 작품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 준 천우희는 드라마 '이로운 사기'에서 또 다른 얼굴로 시청자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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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던 내 모습 발굴하는 재미와 기대감으로 연기”
‘천의 얼굴’은 배우 천우희를 일컫는 대표적인 수식어다. 매 작품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 준 천우희는 드라마 ‘이로운 사기’에서 또 다른 얼굴로 시청자들을 찾았다. 도박꾼, 간호사, 아동심리 상담 전문가, 재벌집 막내딸, 꽉 막힌 공무원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사기꾼의 모습으로.
드라마의 주인공 이로움을 연기한 그를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천우희는 “‘멜로가 체질’ 이후 4년 만에 시청자들을 만났다. ‘좀 더 잘 했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10개월의 촬영을 완주했다는 것만으로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천우희라는 사람을 다양하게 펼쳐보일 수 있는 작품이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로움은 어린시절 엄청난 암기력을 가진 천재소녀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장학재단의 탈을 쓰고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난 천재적인 아이들을 데려다 살인병기로 키우는 적목재단에서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키워졌다. 이로움은 자신의 부모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10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진범이 나타나 출소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천우희는 “늘 그랬듯 이번 작품에서도 항상 놓치지 않으려고 한 게 ‘사람’이다. 결국 사람은 공감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라며 “이로움이 오랜 시간 스스로를 단련시키며 쌓아 온 외로움이 과공감 증후군을 가진 변호사 한무영(김동욱)으로 인해 모래성이 허물어지듯 서서히 녹아내려가는 느낌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소시오패스 성향의 인물을 연기하는 건 그에게 쉽지 않은 과제였다. 드라마 속 인물이 다른 등장인물이 아닌 시청자들을 향해 이야기하는 방백 형식도 낯설었다.
천우희는 “작품을 선택할 때 인물에 대한 연민이 마음을 끌어당긴다. 내가 이 인물을 더 들여다보고 싶은지,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지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비호감으로 비춰지는 인물이 어떻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감독님과 많이 논의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인물의 아픔이나 전사가 보여지면 시청자들이 다가오는 순간, 응원해주는 순간이 있을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감할 줄 모르던 인물이 변화하면서 더 매력적으로 그려질 수 있을 거란 믿음도 있었지만 사실 부담감이 컸다. 그래도 작품을 할 때마다 그런 부담감이 동력과 자극, 도전이 된다”고 강조했다.
10년 가까이 조·단역 생활을 거친 천우희는 영화 ‘한공주’(2014)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10년이 흘렀다. 그는 다양한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가고 있다.
천우희는 “초반에는 내가 어떤 배우인가, 대중에 어떤 배우로 보여지는가에 대해 고민했지만 지금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연기가 쌓이면 그게 모두 천우희가 되는데 굳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나조차 모르던 내 모습을 발굴해가는 재미가 있다. 누군가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끄집어내줬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으로 계속 연기한다”고 말했다.
그가 하고 싶은 연기는 뭘까. 천우희는 “내가 누군가를 이롭게 하는 삶을 산다고 할 순 없지만 내 작품은 이로웠으면 좋겠다. 내가 하는 연기들이 누군가에게는 꽤나 큰 울림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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