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비하' 파문에 원내대표 '진땀'인데…혁신위는 "논란될 줄 몰라" [혁신위가 혁신대상? ①]

김은지 2023. 8. 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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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경 "연구자의 표현이라 언어 달라"
조응천 "당을 도와주러 온 분이 맞느냐"
輿 "이재명 사과하고 혁신위 해체하라"
노인회 "노인세대에 은공은 커녕 학대"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촉발한 노인 비하 발언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당 내부에서도 '여명 비례 투표' 언급과 관련해 "귀를 의심했다" "지독한 노인 폄하"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박광온 원내대표까지 당 지지율 하락을 우려해 사태 진화에 진땀을 빼고 있다.

여권은 민주당을 향해 "후안무치하다"라는 십자포화를 퍼붓고, 노년층 유권자들은 사태에 공분해 민주당의 진심 어린 재발 방지와 사과를 촉구하는 등 흡사 혁신위가 '혁신의 대상'으로 전락한 듯한 모양새다.

서복경 민주당 혁신위원은 2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은경 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것이) 청년들 좌담회였고 청년들을 대상으로 말씀을 하셨을 때는 이렇게 논란이 될 거라고 생각은 안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논란이 될 줄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2030세대 청년 좌담회'에서 '여명 비례 투표'를 언급해 논란을 자초했다. 김 위원장은 자녀의 중학생 시절 발언을 소개하며 "자기가 생각할 때는 평균 여명을 얼마라고 보았을 때 자기 나이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로 여명까지 해서 비례적으로 투표를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중학생이 보기엔) 그 말은 되게 합리적"이라고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서 혁신위원은 김 위원장이 자녀의 말에 '동의한 것이 아니다'란 취지의 해명을 했다. 서 혁신위원은 "'네(아들) 말이 맞다' 이것보다, 그렇게 볼 수도 있구나(라는 뜻)"이라며 "그런 시선으로 볼 수도 있구나. 그런 말이었다고 하시더라"라고 전했다. 또한 "(김 위원장이 사용하는 언어는) 아무래도 연구자분들의 일상적인 표현이라 (정치적 언어 하고는)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필사적인 두둔에도 불구하고 혁신위 발(發) 노인 비하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 논란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 YTN라디오 '뉴스 정면승부'에서 김 위원장의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젊은 사람들과) 1대1 표결해야 하느냐'는 발언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면 김은경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이라고 시인했다.

조응천 의원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귀를 의심했다. 우리 당을 혁신하러, 도와주러 오신 분이 맞느냐"라고 반문하고 "그 말씀은 지독한 노인 폄하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상민 의원은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김 위원장의) 말들이 정도가 너무 지나치고 너무 일탈을 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걱정된다"라고 했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세대 간 갈등 해소와 노장청 조화를 중요한 정책 기조로 삼아왔다"라며 "대한민국의 오늘은 우리가 노인이라고 부르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희생과 헌신 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한 "노인을 모시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젊은이들의 미래를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교훈이 되기도 한다"면서 "민주당은 어르신들의 안정적 생활과 건강한 삶을 지원하기 위해서 더 노력할 것"이라고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대표로부터 '당 쇄신 전권'을 위임받은 혁신위의 이 같은 망언 논란이 '이재명 리스크'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혁신위 내부 분위기는 여전히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고, 이를 바라보는 당권을 쥐고 있는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의 자세도 지나치게 느긋해 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최고위를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혁신위원이나 혁신위원장에 대해 당이 징계를 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는 "(당원이 아니라) 당의 진로에 대한 문제, 안을 내면서 책임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기회 삼아 민주당의 혁신 의지에 물음표를 다는 맹폭을 이어가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김은경 위원장 본인이야말로 혁신의 대상이자 징계 퇴출의 대상인데, 이런 인물이 누구를 혁신하고 징계하겠다는 것인가. 참으로 한심하다"라고 했다. 이어 "이런 함량 미달 인물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 이재명 대표는 그 연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이 대표는 국민들께 정중하게 사과하고 혁신위 해체를 선언해야 한다"라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 노인 비하 발언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후안무치한 적은 없었다"라며 "과거엔 사과라도 했지만 지금은 사과도 없이 적방하장인걸 보면 실수가 아니며 노인은 국민의힘 지지자이니 폄하해도 된다는 것이 민주당의 본심이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노인만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청년들을 더욱 비하한 것이다. 청년들은 노인 투표 박탈권이나 원하는 사람쯤으로 만드는 것이다. 요즘 청년들이 그렇게 협량하지 않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날 대한노인회도 김호일 회장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950만 노인세대들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평균 잔여수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즉 '죽을 때가 다된 노인에게 투표권을 제한하자'는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을 무시한 노인폄하 발언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분노한다"라고 했다.

또한 "1950~60년대 전쟁 폐허의 잿더미인 나라를 위해 가난을 이겨내며 서독에 광부로 간호사로, 중동 열사의 땅에서 수로공사에 참여하며, 심지어는 목숨마저 걸고 월남전에 참전하며 달러를 벌어들여 '한강의 기적'을 낳았다"라면서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강국의 기초를 닦아 준 노인세대에게 은공은 커녕 학대행위가 아닐 수 없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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