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벨라루스 헬기, 영공 침범"…나토 '동부 전선' 긴장 고조[영상]

폴란드가 벨라루스 측이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고 동부 국경에 병력을 급파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부 최전선인 폴란드와 러시아의 우방국 벨라루스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도이체벨레(DW), 가디언 등에 따르면 폴란드 국방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국경 근처에서 훈련 중이던 벨라루스의 군용 헬기가 ‘레이더로 포착하기 매우 어려운 낮은 고도’로 영공을 침범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폴란드는 전투 헬기를 포함해 1000여 명의 추가 병력과 장비를 국경에 파견했고, 나토에 벨라루스의 국경 침범 사실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또 벨라루스 대사 대리를 초치해 해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벨라루스의 특수작전부대(SOF) 병사들과 러시아의 바그너 용병이 함께 기동 훈련을 실시했다. AP=연합뉴스

앞서 폴란드 동부 비아워비에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벨라루스 헬기를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 등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당시엔 폴란드 당국이 주민들의 주장을 부인했지만, 확인 후 국경 침입을 공식화한 것이다.

반면 벨라루스는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벨라루스 국방부는 “우리 공군의 Mi-8과 Mi-24 헬기는 폴란드 국경을 침범한 적이 없다”면서 “나토 회원국이자 우크라이나의 가장 열렬한 후원국 중 하나인 폴란드가 국경에 군대 증강을 정당화하기 위해 날조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발판 역할을 해준 친(親)러시아 국가다. 러시아는 나토에 대한 벨라루스의 억지력 제고를 명분 삼아 이곳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에 실패한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부대가 벨라루스에 주둔하면서 접경국인 폴란드가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지난달 29일 100명이 넘는 바그너 용병이 폴란드 국경 인근의 수왈키 회랑(Suwalki Gap) 방향으로 이동했다면서 “이들이 불법 이민자로 위장해 영토로 잠입하면 폴란드를 혼란하게 만들고 추가적인 위험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EPA=연합뉴스

이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같은 날 “폴란드는 우리가 바그너 용병을 붙잡고 있기를 기도해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없었다면 그들(바그너 용병)이 빠져나가 제슈프(폴란드 국경 인근 도시)와 바르샤바(폴란드 수도)로 침투해 박살냈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때도 “바그너 용병 중 상당수가 제슈프와 바르샤바로 여행가고 싶어한다”며 폴란드를 압박했다.

가디언은 최근 러시아가 “폴란드가 벨라루스 영토를 합병하려 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폴란드가 벨라루스 영토에 대해 야망을 품고 있다”면서 “벨라루스에 대한 공격은 러시아 연방에 대한 공격을 의미하며, 러시아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