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변호사’ ‘긴급 지원단’ ‘학부모 방문예약제’...교권침해 막는다

김정석, 김준희 2023. 8. 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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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도로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식 및 교사생존권을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추모 영상을 보며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뉴스1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 이후 전국 교육청에서 교권 보호를 위한 여러 대책이 세워지고 있다. 악성 민원을 교사 개인이 혼자 맞닥뜨리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교권침해시 ‘학교변호사’가 법률지원


세종시교육청은 교내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사안이 발생하면 즉각 법률 자문을 지원하는 ‘학교변호사 제도’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전국에서 처음이다. 교육 관련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변호사 10명이 전담 학교를 나눠 맡아 활동한다. 세종시교육청은 학교변호사 제도를 통해 교사들이 보다 안전하게 가르침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행 이후 의견을 모아 내년에는 더 고도화된 학교변호사 제도를 운용할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서이초등학교 교사 분향소에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1

교육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교권보호 세부 지침을 마련하기로 한 대전시교육청도 변호사 한 명이 학교 한 곳을 맡아 지원하는 ‘1교 1변호사제’ 등을 준비 중이다.

‘상담 예약 시스템’으로 악성민원 예방


교원 상담에 예약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곳도 있다. 사전에 약속되지 않은 ‘만남’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단 것이다. 상담실은 자동 녹화 기능을 갖추고, 교사가 원할 땐 교장·교감 등 관리자가 동석한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지난 1일 전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오고, 방과 후와 휴일까지 걸려 오는 전화, 감정적인 폭언, 반복적이고 상습적인 악성 민원이 선생님을 괴롭히고 병들게 한다”며 “악성 민원으로부터 선생님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이 지난 1일 전북 전주시 전북교육청에서 '교권, 확실히 지키겠습니다'를 주제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전북교육청은 민원이 접수되면, 교장 등 관리자에게 전달해 처리하는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다. 또 ‘교권 보호 긴급지원단’을 꾸려 심각한 교권 침해 사안이 발생할 때 경찰수사 단계부터 상담·조사·법률·심리 지원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경기도교육청도 민원이 접수되면 매뉴얼에 따라 교장 등 관리자에게 전달되는 전자·ARS 민원 시스템도 운영할 방침이다. 또 5년 차 이하 교사를 대상으로는 심리 검사도 진행한다.


‘교권 보호 긴급지원단’ 꾸려 교원 지원


경북교육청 역시 ‘교권 보호 긴급지원단’ 조직을 계획하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지난달 21일 교권 보호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지원단은 이달 안에 구성할 계획이다. 변호사와 전문상담사·의료인·퇴직 교원 등이 한데 모여 상담과 치료, 행정절차, 분쟁 조정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해당 사안이 처벌 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수사기관에 즉시 고발하고, 스토킹을 당하거나 접근 금지 등 조치가 필요하면 선제적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해 피해 교원을 적극 보호할 계획이다. 단 해당 교원이 요청할 때만이다. 소송이 진행될 경우 교원배상책임보험과 연계해 민사는 2억원, 형사는 5000만원 한도로 지원한다.

경북도교육청 청사 전경. 사진 경북도교육청


또 교육활동 침해 피해 교원을 대상으로 상담 및 치료비를 1인당 연간 100만원 한도로 제공한다. 자동 녹음 기능 등이 탑재된 교원안심번호서비스를 희망하는 모든 학교에 확대·지원할 예정이다.

대구시교육청은 변호사 등 전문 인력을 충원해 교육권보호센터를 강화한다. 분야별 ‘1대 1 전담제’를 운영해 교권 침해가 발생하면 빠른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개인 휴대전화 번호 노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를 보호하기 위해 ‘교원 안심번호 서비스’도 전 교원 대상으로 확대 운영한다.

한편 교육부도 이달 중 ‘교권 보호 종합대책’을 마련해 생활지도 가이드라인과 악성 민원 대응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교사들과의 간담회에서 “학생 생활지도 고시 등 교권 확립을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며 “지나치게 학생 인권만 강조했던 교실에서 교사의 권한과 역할이 법제화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주·안동=김준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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