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둔화세에도…한은 금리인하 연내 힘들듯"(종합)
글로벌 통화정책 정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기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월에 이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지속하면서 물가 부담을 던 데다, 미국 기준금리도 지난달 인상을 끝으로 사실상 종료됐다는 관측이 우세하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경계감이 남아있는 가운데, 최근 급증하는 가계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금융 위기 가능성으로 한은이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2일 오전 본관 16층 회의실에서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집중호우 등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기저효과가 작용하면서 예상대로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고 진단했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도 개인서비스물가 오름폭이 점차 축소되면서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는 평가다.
김웅 부총재보는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에 이어 2%대를 지속했으나 8월부터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이라며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치(연간 3.3%)를 다소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완만한 둔화 흐름을 나타낼 전망"이라고 말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로 2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 물가부담을 덜면서 이달 24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당분간 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에 충분히 안착하기를 기다리겠다는 선제 안내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은 둔화됐지만 재상승 가능성이 남아 있고, 성장·금융안정 등 우려가 해소되지 않아 상하방 요인이 혼재한 만큼 한은이 현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란 견해다.
"금리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 이어질 것"
전문가들은 물가 둔화세에도 불구하고 한은의 금리인하 시기가 당초 시장의 기대보다 다소 늦춰질 수 있다고 봤다. 한은은 지난달 27일 적격담보 범위를 확대하고 대출금리 인하와 만기 연장을 골자로 한 대출 제도 개편에 나섰는데 이는 한은이 금융안정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금융 불안과 유동성 문제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추가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며 "하지만 금융 불안 요인을 줄였다는 측면에서 금리 인하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낮아진 만큼 금리인하는 내년 1분기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급증하는 가계 부채도 섣부른 금리인하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감소 추세를 보였던 전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4월과 5월, 6월 석 달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6월 증가액은 5조9000억원에 달해 2021년 9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전날 공개된 7월 금통위 의사록에도 가계부채 증대에 따른 금통위원들의 우려가 담겼다. 한 금통위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근원물가 둔화 속도의 불확실성, 미래 금융안정을 위한 가계부채 억제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긴축기조를 더 오래 유지하면서 향후 필요시 추가적 인상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2%포인트까지 사상 최대로 벌어진 한·미 금리차도 통화 정책의 변수다. 만약 한미 금리차가 추가로 확대된다면 원·달러 환율이 다시 뛰고 주식이나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3일 기준금리 동결 후 "아직 미 Fed가 금리를 몇 번 올릴지 불확실성이 크고 그에 따라 외환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물가 둔화세에도 불구하고 기조적 물가의 하향 안정세를 확인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헤드라인 물가가 하락하고 있으나 실물 경기 반등으로 물가 재상승 압력이 존재하는 만큼 인플레이션 둔화 안정세를 보장하긴 힘든 상황"이라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역시 둔화하고 있으나 목표치인 2%대에 근접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미국과 한국 모두 지금의 긴축 기조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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