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몇절에 넣지?"…초전도체 최초 개발 '석배형' 밈 뜬다
‘꿈의 물질’이라고 불리는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과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없어 전류를 흘려보내면 에너지 손실 없이 극한 효율로 전달할 수 있는 물질이다. 전력을 보낼 때, 핵융합, 양자컴퓨터, 자기부상열차는 물론이고 다양한 미래 기술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는 영하 200도의 극저온이나 초고압 환경에서만 구현할 수 있었던 기술이었다.
한국선 ‘세계 최초’ 기대감에 주가 급등, ‘석배형’ 밈 등장
2일 학계에 따르면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진은 한국 연구진이 지난달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발표한 초전도체 ‘LK-99’에 대한 시뮬레이션 실험을 진행한 결과 상온 초전도체 구현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는 노벨 화학상·물리학상 논문을 다수 배출한 기관이다. 앞서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국내 연구진은 지난달 22일 아카이브에 섭씨 약 30도의 상온에서 전기 저항이 없는 초전도체를 만들었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시했다.
초전도체를 만드는 방법은 논문에 설명돼 있는데, 구리와 납을 이용해 새로운 형태의 분자 구조를 가진 물질을 만들어야 한다. 학계에선 생소한 방식으로, 국내 연구진은 LK-99의 탄생이 20년 동안 1000회 이상의 실험을 반복한 결과라고 밝혔다.
과학계 난제였던 상온 초전도체의 구현은 아직 학계의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연구진이 논문을 올린 아카이브는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논문을 빠르게 공개하기 위한 곳으로 누구나 쉽게 게재할 수 있다. 상온 초전도체의 실현 여부는 다른 기관에서 똑같이 재현한다면 결론이 날 수 있다.
이 가운데 미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LK-99 제조 과정에서 물질의 전자 구조에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확인했다. 로렌스 버클리 연구진은 시뮬레이션 결과 LK-99의 전자 에너지 상태가 ‘페르미 표면’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페르미 표면에 가까운 전도 경로가 많을수록 초전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임계 온도가 더 높아진다. 임계 온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현재까지 극저온에서만 가능했던 초전도 현상이 상온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의미다.
미국 연구진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상온 초전도체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중국에서는 아예 LK-99 구현에 성공했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1일 중국 내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LK-99를 합성해냈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LK-99와 같은 성질을 갖는 물질을 만들어냈고, 초전도체의 특징인 ‘마이스너(반자성) 효과’까지 검증했다는 주장이다.
이밖에도 현재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중국 선양재료과학국가연구센터 등이 LK-99의 재현을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아르곤 국립연구소는 이번주 안으로 실험 결과를 공개할 전망이다.
외국 연구기관의 긍정적 분석이 나오면서 국내에선 기대감이 부푸는 중이다. 실제 이날 증권시장에선 초전도체와 관련이 있다고 묶이는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변동성 완화장치(VI)가 발동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선 초전도체 관련 밈(meme·소셜미디어를 타고 유행하는 사진과 동영상)도 생산되는 중이다. 우선 초전도체 구현을 발표한 퀀텀에너지연구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석배 대표를 ‘석배형’이라고 부르며 칭송하는 글이 줄이어 올라오고 있다.
상온 초전도체 개발이 과학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며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초전도체) 애국가 몇 절에 넣지?”라며 TV 애국가 화면에 초전도체 모습을 합성한 듯한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이 대표가 고려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만화도 등장했다.
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최고의 과학적 성과라고 불렸던 챗GPT가 상온 초전도체 LK-99 등장으로 당황하는 모습을 표현한 밈도 있었다. X(옛 트위터)에서 한국의 초전도체 이야기가 떠오르고 최근 화제였던 미확인비행물체(UFO)와 인공지능(AI)이야기는 가라앉는다는 밈도 있다. 한국이 초전도성을 띠는 LK-99로 지구 온난화를 해결할 것이란 밈이 올라오기도 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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