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광풍인데…소외되는 동박 3사

김채연 기자 2023. 8. 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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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김채연 기자]
<앵커> 최근 국내 증시에서 2차전지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광풍이 불면서 주가가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2차전지 소재 중에도 온도차가 큽니다.

에코프로,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양극재 기업들은 거침없는 상승세인 반면 동박 기업들의 주가는 힘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산업부 김채연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동박은 좀 생소한데 간단히 설명해 주십시오.

<기자> 2차전지 소재에 대해 먼저 간략히 설명드리면

크게 양극재, 음극재와 함께 전해질, 분리막 이 네 가지를 4대 핵심 소재로 꼽고 있습니다.

동박은 음극재를 감싸는 얇은 구리막인데요, 제조 공정이 까다로워서 주요 소재로 함께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시장 구도를 보면 SKC의 자회사 SK넥실리스가 시장점유율 22% 수준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중국의 왓슨, 대만의 장춘이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이어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점유율 13%정도로 4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앵커>

배터리소재들 주가상승 엄청난데, 동박 기업들은 주가 좋지 않나요?

<기자> 동박 기업의 최근 3개월 주가그래프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보시다시피 전반적으로 들쭉날쭉한 모습입니다.

먼저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SK넥실리스의 모회사인 SKC는 지난 6월 11만원을 넘었다가 곧바로 내리막을 타 최근엔 1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SK넥실리스는 이번주에 일본 도요타통상과 손잡고 북미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도 발표했는데요,

상당히 큰 뉴스였는데, 잠시 반등했다가 그쳤습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일진머티리얼즈에서 롯데로 주인이 바뀐지 5개월째인데, 주가는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한 때 4만원대까지 빠졌다가 최근엔 5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솔루스첨단소재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양극재 기업 주가 살펴보시죠.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 모회사인 에코프로와 포스코는 지난주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급등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는데도 주가는 크게 오르면서 투자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포스코그룹의 6개 상장사 합산 시총은 최근 100조를 넘어서면서 연초보다 무려 70조원 이상 증가했습니다.

<앵커> 동박도 양극재와 마찬가지로 2차전지 핵심 소재인데 동박 기업 주가는 왜 주춤한겁니까

<기자> 실적이 부진한 영향이 큽니다.

2분기 실적 현재까지 솔루스첨단소재만 공개됐는데, 영업손실 23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적자폭이 확대됐습니다.

SKC도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보게 됩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분기에 처음으로 모회사인 롯데케미칼 연결 실적으로 잡히게 되는데요, SKC에 비하면 사정이 좀 나아보이지만 시장 기대치에는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앵커> 실적 부진이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이 된거군요. 동박 기업 실적이 유독 부진한 것 같은데 특별한 요인이 있는겁니까.

<기자> 기업마다 차이는 있는데 큰 틀에서 보면 양극재와 동박 모두 배터리 소재지만 시장은 상당히 다릅니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비중이 큰 소재고,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은 압도적 시장 우위에 있다보니 대규모 공급계약 뉴스가 나올때 마다 기업 주가에도 바로 반영이 됩니다.

반면 동박은 전체 원가의 8%정도인데도 경쟁이 치열해 아직 독보적 우위를 점한 기업은 없습니다.

여기에 고려아연 같이 동박 시장에 진출을 선언한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동박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는데요,

중국 유럽에서 전기차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동박 수요가 줄어든 반면 중국산 동박의 공급 과잉 상태가 맞물리면서 국내 기업의 실적이 저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재료 가격, 생산비 이슈도 중요한데요, 동박의 원재료인 구리 가격이 지난해부터 하락 추세다보니 동박 판가도 떨어지면서 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또 동박을 제조할 때 전기가 꼭 필요한데, 지난해 국내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생산비 자체가 증가했습니다.

이런 상황들이 한꺼번에 겹쳐서 동박 기업들이 현재 삼중고에 처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앵커> 2차전지 산업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 유무에 따라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동박은 아직 명확한 규정이 없다면서요?

<기자> 네 말씀하신대로 동박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에서 광물인지 부품인지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 공장을 짓더라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거죠.

그러다보니 완성차나 배터리 셀 기업들이 북미에 공격적으로 공장 증설에 나설 때 동박 기업들은 분위기를 관망해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SKC가 이번 월요일에 도요타통상과 함께 북미에 공장을 짓겠다는 뉴스를 발표한건데요.

장기적으로 북미 지역이 가장 큰 시장인데다, 제품 공급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SK가 나선 만큼 롯데도 조만간 북미 진출 여부를 결정할 것 같습니다.

솔루스첨단소재가 캐나다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아직은 제품 기술력이 경쟁사에 못 미친다는 평가입니다.

<앵커> 동박 기업들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상당히 답답한 상황이네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기자> 동박 시장의 성장성이 크다는 전망엔 변함이 없고요, SNE리서치에 따르면 동박 수요는 올해 40만톤에서 연평균 27%씩 성장해 2030년까지 207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업들은 이러한 수요 증가에 대비해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SK넥실리스는 전북 정읍, 말레이시아 공장을 중심으로 폴란드, 북미까지 거점을 넓혀 2026년 25만톤 규모까지 생산능력을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역시 전북 익산,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내년에 스페인 공장을 증설해 2028년 24만톤까지 생산능력을 키울 예정입니다.

또 사업 다각화에도 적극적인데요, SK, 롯데 모두 차세대 음극재로 불리는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도 진출했습니다.

동박이 배터리 원가 비중이 낮다보니 동박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나선 겁니다.

실리콘음극재 시장은 중국의 BTR과 일본의 신에츠가 양분하고 있는데 SKC는 앞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려 2032년에 글로벌 3위에 올라서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지난달 프랑스의 실리콘음극재 스타트업 엔와이어즈에 지분 투자를 하면서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다만 공장 증설이나 신규 투자엔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들어가는데요,

지난해부터 자금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다보니 기업들은 투자 유치보다는 비주력 자회사를 팔면서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앵커> 동박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3,4분기에는 분위기가 반전될 것 같습니까? 

<기자> 최근 나온 증권사 리포트를 종합해보면 동박 기업 전반적으로 4분기에는 실적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매수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관건은 수요 회복인데요. SK넥실리스는 3분기부터 5만톤 규모의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 하반기 실적은 어느정도 개선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롯데도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5,6 공장 증설이 진행 중이라 내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큰 틀에선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를 지켜봐야할 것 같고요. 구리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란 예측이 흘러나오는데 반등 시기에 따라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동박 3사의 주가 부진은 이유가 있었군요. 상황이 호전되면 투자기회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김채연 기자 why29@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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