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여명 비례 투표'는 노인 비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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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또 구설에 휩싸였다.
심지어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에서 드러난 것은 민주당이 17대 총선을 앞두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60대 이상은 투표하지 마시라"고 한 노인 비하 발언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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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폄하 의사 전혀 없다"고 해명 했지만
'미래가 짧은 분들' 표현 부적절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또 구설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노인 비하 논란이다. 김 위원장이 2030 청년좌담회에서 '여명 비례 투표'를 언급하면서 여당은 "현대판 고려장" "어르신 폄하 DNA"라고 맹공을 퍼부었고, 민주당 일각에서도 "몰상식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 혁신위는 "청년 세대의 정치 참여를 촉구하는 발언"이라며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도 "(애초 발언의) 앞뒤를 자르고 맥락 연결을 이상하게 해서 노인 폄하인 것처럼 말씀을 하는데 그럴 의사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해당 발언이 나온 지난 30일 서울 성동구 카페 에롤파로 돌아가보자. 김 혁신위원장은 2030세대 유권자 25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올해 스물 두살된 자신의 아들과 나눴던 대화를 소개했다. 당시 발언의 앞뒤 맥락은 이렇다.
"(아들이)중1인지 2일 때 이런 질문을 했어요. 왜 나이드신 사람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해? 자기가 생각할 때는 평균 연령을 얼마라고 봤을 때 자기 나이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부터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한다는 것이죠. 되게 합리적이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1표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1 표결하지? 합리적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1인1표 선거권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해줬어요. 투표장에 젊은 분들이 나와야 그(청년층의) 의사가 표시된다고 결론을 내린 기억이 나요."
김 위원장이 아들과 일화를 통해 소개한 '여명(餘命, 남은 수명) 비례 투표권'은 이미 학계에서 제안한 아이디어다. 지난해 3월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포럼에서 모든 유권자가 만 18세가 될 때 평생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딧(표의 수)을 받고 이후 선거에서 그만큼 쓸 수 있는 '투표 총량제'를 제안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중 50대 이상이 전체의 95%를 훌쩍 넘는 등 선출직 정치인 가운데 중·장년층이 과대 대표되면서 청년층의 입장이 정책 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입법 기관의 과대 대표성을 지적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비판받을 사안은 아니다. 문제는 김 위원장이 아들의 언어를 빌린 '미래가 짧은 분들'이라는 표현이 함의한 난폭함이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년층'이라는 의미로 읽히는데, 정치적 결정권이 불필요한 존재로 인식되는 탓이다. 그래서 부적절했다. 심지어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했다. 양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글을 올린 뒤 4시간여만에 "제가 쓴 표현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켜 죄송하다"면서 해당 표현을 삭제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에서 드러난 것은 민주당이 17대 총선을 앞두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60대 이상은 투표하지 마시라"고 한 노인 비하 발언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혁신위원장은 지난 달 민주당 초선 의원 간담회 후 '코로나 초선'이라는 유명한 발언을 남기면서 "소통이 안 되는 느낌"이라고 말해 초선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지난 달 30일 혁신위 청년간담회에선 한 참가자는 "지금까지 청년의 삶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정치인들이 와서 이야기만 하고 갔는데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고가라"고 말했다. 소통의 시작은 '듣는 것'부터다. 전국을 돌며 각계각층과 대화에 나선 김은경혁신위가 성공하기 위해선 불필요한 발언부터 줄여야 한다.
지연진 정치부장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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