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예측불가 이차전지…대안은 역시 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 큰 반도체, 실적 개선주, 로봇·인도 테마 등에 관심
8월은 주식 투자자들이 '이차전지냐, 아니냐'를 놓고 고민의 기로에 서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던 이차전지 광풍이 언제 사그라들지는 누구도 확신하기 어렵다. 다만 지난달 말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폭락해 하루 사이 수십조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지는 등 이미 '균열'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이미 데이터로는 설명되지 않는 과도한 수급 쏠림 현상에 '분석을 포기했다'는 한탄이 나올 정도다. 급격한 변동성에 투자자들의 기대와 더불어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차전지 과도한 쏠림 우려…'포스트 이차전지' 후보는?
금융투자업계는 최근의 이차전지 쏠림 현상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의 급락과 급등세는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주가가 큰 폭 떨어지다 잠시 반등하는 상황)'로, 현시점에서 이차전지에 신규 투자할 용기가 없다면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조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과도한 흐름에 대한 되돌림 과정은 불가피하다"며 "반등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더라도 이차전지 소재주들로의 과도한 쏠림의 후폭풍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가상화폐 시장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매번 놀라운 변동성이 주식시장에서 연출되고 있다"며 "모두가 분명 시장이 과열됐음을 알고 있지만 손 쓸 방책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결국 이차전지 기업들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모양새로, 선택은 '동참하거나 무시하거나' 둘 중 하나"라며 "시장이 언제 안정화될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숫자(실적)'를 보면 이차전지 말고 다른 산업을 사라는 신호가 뚜렷하다"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포스트 이차전지' 후보는 누구일까. 이 대목에서는 증권사별로 전망이 엇갈리지만, 빠지지 않는 교집합을 꼽는다면 '반도체'다. 지난 상반기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감산 효과와 수요 증가로 뚜렷한 업황 개선을 이룰 것이란 데에 이견이 없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 KRX반도체 지수는 3672.32(7월28일 종가 기준)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4월26일(3698.29)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8월 업종 전략에서 반도체 비중을 '확대'로 상향 조정한다"며 "반도체 업종의 아웃퍼폼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대하던 반도체 감산 효과가 6월 반도체 재고지수에서 확인됐다"면서 "재고 조정 본격화가 반도체 업황의 바닥 탈출에는 기여하겠지만 결국 수요, 즉 반도체 수출 회복은 남은 과제"라고 짚었다.
네이버 집중 사들인 기관…저평가된 IT업종 주목
안정적 투자 성향을 가진 기관 투자자들이 최근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에서도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지난 7월 한달 동안 기관 투자자 순매수(거래대금 기준) 1위 종목은 네이버로, 총 4263억3800만원치를 사들였다. 네이버 주가는 2021년 7~8월께 40만원대까지 올랐으나, 이후 꾸준히 내리막을 걸어 지난해 하반기 10만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국내 IT 대표주자인 네이버는 경쟁에서 제외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멀어졌다.
그러나 지난 2분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근 들어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이달 말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공개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서 선보인 AI보다 한국어 학습량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이 같은 기대를 반영하듯 기관 투자자들은 서둘러 네이버 집중 매수에 나섰다. 기관 순매수 2위는 에스오일(S-Oil)로 1138억400만원치를 사들였고, 이어 대한항공(1064억300만원)·SK하이닉스(1017억3100만)·리노공업(836억4800만) 순이었다. 다만 기관 투자자 순매수 2~4위 종목들을 모두 합쳐도 네이버에 순매수 금액에 미치지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지난달 네이버를 약 2000억원 사들였다.
KB증권은 좀 더 중장기 관점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테마로 '친환경·로봇·인도'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에너지신산업 수출 동력화 전략'에 약 5000억원 규모의 정책기금(펀드) 조성과 100조원 이상의 민관 금융투자 확대 계획이 담겼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해당 (친환경 에너지 관련) 품목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조치가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며 구체적으로 '해상풍력'과 '원전'을 꼽았다.
로봇 테마 역시 정부가 조만간 '첨단로봇 산업전략 1.0'을 발표할 예정이란 점에서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 및 규제 완화 기대가 몰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도의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큰 국가로 꼽힌다. 중국에 이은 차세대 시장으로 꼽히는 인도와 한국의 교역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 연구원은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인도 비중은 아직 3% 수준에 불과하다"며 "머지않아 한국의 제1 수출국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뀔 것이고, 미국 외 국가에서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을 랠리' 기대하는 증권가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시장의 예상에 부합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 사이클이 확실히 끝났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물가 상승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시장에서는 이달 말 예정된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에 주목하며 당분간은 증시도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9월 이후 추가 금리 인상 여부가 증시 레벨업의 키를 쥐고 있다"며 "그때까지는 두 번의 고용과 인플레이션 지표를 확인해야 하는 만큼 지루한 주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의 스탠스가 8월 중 고용, 물가 데이터에 따라 한층 더 매파로 변하거나 비둘기파로 전향할 수 있다"면서 "이를 감안할 때 8월 중순 이후에는 또다시 연준 긴축을 둘러싼 눈치 보기 장세에 대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이 같은 상황이 통화정책에 대한 주식시장의 민감도를 떨어뜨려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주식전략파트장은 "4분기 중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된다 하더라도 '인상 사이클 종료'라는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주식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지난 봄에 이어 '가을 랠리'가 펼쳐질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여름이 지나면서 증시 랠리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며, 상승폭은 지난 '봄 랠리'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봄 랠리를 이끌었던 것이 소비자 물가 안정과 국채금리 하락이었다면, 가을은 '근원물가' 안정과 실적 상승이 이끄는 장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B증권은 연말 코스피 목표치를 '2920포인트'로 제시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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