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성장"…LX그룹의 다음 타깃은 해운·반도체?
올해 대형 M&A 및 지분 투자 하반기 가시화될지 관심
배터리·반도체 사업 확대 가능성…CVC 통한 시너지 창출도
"2차 전지 및 미래 유망 에너지 분야에 도전해 핵심 사업자로 도약하겠다."(윤춘성 LX인터내셔널 사장,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올해 LX그룹의 대형 인수·합병(M&A)이 성사될 수 있을까. 연초부터 강조해온 '미래 수익원 확보' 계획이 반환점을 돈 지금까지도 구체화되고 있지 않아, 재계 안팎으로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업계는 LX그룹이 '공격적 성장'에 방점을 둔 만큼 하반기에는 기업 지분 투자 및 M&A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성사 가능성이 높은 업종으로는 배터리·소재, 물류, 반도체를 꼽는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X그룹은 2021년 출범과 동시에 굵직한 M&A를 속속 성사시키며 보유 기업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LX인터내셔널은 ‘한글라스’로 알려져 있는 한국유리공업 지분 100%를 5904억 원에 인수하고, 친환경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포승그린파워 지분(63.3%)을 인수했다.
이외에 SKC, 대상과 생분해 플라스틱(PBAT) 합작법인 설립에 나서거나 부산 친환경 물류센터 개발 및 운영 사업 등에 참여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SKC와의 합작법인은 연산 7만t 규모로 올해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의 자회사 LX판토스는 북미 지역 물류 회사 트래픽스에 지분 투자(311억원)를 진행하는 한편 LX세미콘은 국내 차량용 반도체 설계 회사인 텔레칩스 지분(10.9%)을 취득하며 외형 확대에 나섰다.
이 같은 성장 전략으로 LX그룹은 출범 3년 만에 대기업 반열에 오르며 재계 내 입지를 공고히하고 있다. 3월 말 기준 LX그룹은 LX홀딩스, LX인터내셔널(자원 개발·트레이딩), LX하우시스(건자재), LX세미콘(반도체 설계) 등 4개 상장회사를 비롯해 LX판토스(물류), LX MMA(석유화학), 포승그린파워(바이오매스 발전) 등 11개의 비상장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각 회사 경영진들이 '신성장동력 발굴 및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유의미한 성과를 창출하는 데 역량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그룹의 성장축으로 꼽히는 상사, 물류, 반도체 부문에서 추가 사업기회를 확보하거나 최근 설립한 기업주도형벤처캐피탈(CVC)을 통해 연관 영역에 있는 벤처기업·스타트업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 3월 주총에서 "새로운 수익원 및 성장동력 육성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7월 말에는 "배터리 등 유망분야의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인오가닉(Inorganic) 성장 기회를 적극 모색하겠다"며 타깃을 구체화했다.
실제 LX인터내셔널은 올해 '그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섰다. 지난 5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사업에 진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인도네시아 광산과 수력발전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해 2차전지 전략광물과 신재생발전을 미래 수익원으로 삼는 것을 검토중이다.
이같은 LX인터내셔널의 행보를 고려하면 앞으로의 M&A는 배터리 밸류체인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기차 시장이 고속 성장하고 있는 점을 미루어 광물-소재-배터리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6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도 1조2000억원 이상을 보유해 조 단위 자금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투자 및 M&A에도 유연하게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발행 주식 총수도 2배 늘려 신성장동력 확보 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사전 작업도 마무리했다.
배터리만큼 중요해진 전기차 부품에서도 시너지 모색에 나설 수 있다. 특히 LX하우시스는 전기차 배터리팩 부품 등 자동차 내외장 부품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시너지가 예상된다.
LX그룹의 성장축 하나로 물류 사업이 지목되는 만큼 LX판토스를 앞세워 매물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표적인 것이 HMM이다. 현재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최근 HMM 경영권 매각을 추진중이며 최근 LX그룹은 매각주간사로부터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적선사인 HMM을 인수하게 되면 LX판토스와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다. HMM의 해운 인력과 운송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되면 명실상부 국내 최대 종합물류회사로 단숨에 도약하게 된다. 항공-해운-육상사업을 두루 아우르고 있는 LX판토스로서는 '퀀텀 점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올해 조용했던 LX세미콘에서 규모의 성장을 노릴 가능성도 있다. LX세미콘의 주력 제품은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디플레이용 반도체 T-Con, 전력반도체 PMIC 등이며 신규 성장동력으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방열기판 사업을 추진하며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차량용 반도체 설계를 주력으로 하는 텔레칩스에 지분10.93%(151만5000주)을 확보하며 2대 주주에 등극, 전장용 사업 확대에 나서기도 했다.
반도체가 국가대항전으로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팹리스 기업 가치 역시 수직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LX세미콘이 매그나칩을 인수하게 될 경우, DDI 시장 점유율 확대와 더불어 전력 반도체 사업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매그나칩은 삼성에도 DDI를 공급하고 있어 거래선 다변화 수혜도 예상된다.
다만 LX세미콘이나 LX판토스나 현금성자산은 많지 않기 때문에 다른 계열사와의 협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고환율 여파로 M&A 시장이 침체돼있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이에 LX그룹이 계열사를 통한 직접 M&A 보다, 기업주도형벤처캐피탈 'LX벤처스(LX Ventures)'를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X벤처스는 LX홀딩스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로 미래 유망 산업군에 있는 우수 벤처기업·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신재생 에너지, 제조·물류 자동화, 친환경 소재, 반도체 기술·소재 등 미래 성장성이 뚜렷한 분야의 업체들과 접촉을 늘려 궁극적으로 자원 개발, 물류, 건자재 등에 쏠린 그룹의 무게 추를 신사업으로 옮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LX벤처스는 빅데이터·AI(인공지능), 헬스케어, 미래 식량자원 등 신규 영역 투자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첫 펀드는 LX그룹 주요 계열사가 출자해 조성된다. 각 계열사들은 투자 부담을 덜 뿐 아니라 미래 수익원을 육성할 수 있어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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