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재테크]미 국채발 금융 불안, 소비·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소비 중심 미 경제 경착륙 가능성도
지난 6월 부채협상이 마무리면서 미국 연방정부는 국채를 더 발행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국채 수요처가 부족하다면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금융시장도 불안해질 수도 있다. 지난 3월 말, 미 연방정부가 발행한 국채는 31조4584억달러였다. 이 국채를 외국인이 23.9%, 연방준비제도(Fed)가 18.2%를 보유하고 있다(나머지는 민간투자자가 가지고 있다).
외국인 보유 비중은 2015년 3월 34.0% 이후 계속 줄고 있는데, 앞으로도 중국 등 일부 국가가 미 국채를 팔면서 비중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2001년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저임금을 바탕으로 상품을 싸게 생산해서 전 세계에 수출했다.
특히 2001~22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6조200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미국에 상품을 많이 공급했다. 중국은 미국에서 벌어들인 돈 일부로 미 국채를 사들였다. 2007년 4776억 달러였던 중국의 미 국채 보유금액이 2013년에는 1조2700억 달러로 급증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 중국이 미 국채를 팔고 있다. 올해 5월에는 보유금액이 8467억 달러로 낮아졌다.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도 최근에는 미 국채를 매각하고 있다. 2021년 말 1조3008억달러였던 일본의 미 국채 보유액이 올해 5월에 1조968억 달러로 줄었다. 세계 금융의 '큰 손' 가운데 하나인 일본 보험회사들이 미 국채를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금리가 일본보다 훨씬 높지만, 환헤지 비용을 고려하면 일본 국채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보다 높지 않기 때문이라 한다.
외국인이 미 국채를 줄이고 있는 과정에서 Fed마저 물가 안정을 위한 양적 긴축 단행으로 미 국채를 매각해야 하는 형편이다. 2022년 3월 6조2550억달러였던 Fed의 미 국채 보유금액이 올해 3월에는 5조7132억달러로 5418억달러 줄었다. 양적 긴축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국채를 사줘야 하지만 여의찮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 파산의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무리한 국채 매수와 가격 하락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급 상황을 고려하면 미 국채 가격이 크게 하락(국채수익률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금리를 결정하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서 금리 상승을 어느 정도는 제한할 것이다.
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고 있다. 2021년 3월 1.2%였던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 지급 비율이 올해 6월에는 2.4%로 올라왔다. 2010년 이후 장기 평균(1.9%)보다 높아졌다. 금리가 더 오르면 소비 지출은 감소할 것이다. 부실한 기업의 파산도 늘 것이다. 올해 3월 말 미국의 기업부채(=채권발행+대출)는 국내총생산(GDP)의 48%로 1966년 이후 장기 평균인 39%보다 훨씬 높다.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 기업 수익도 줄면서 주가가 급락할 수도 있다. 주가 하락은 다시 소비를 더 위축시킬 것이다. 미국 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경착륙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2011년 8월 세계적 신용평가사 가운데 하나인 S&P는 미국 국가부채가 높다는 것 등을 이유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그때보다도 미국의 대내외 불균형은 더 심화했다. 2011년 GDP 대비 94.6%였던 정부 부채가 올해 1분기 118.6%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외순부채가 GDP의 28.6%에서 63.1%로 급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했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무디스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국채 발행과 소화 과정이 원활하지 못하면 이런 문제들이 동시에 현실화할 수도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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