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에피스, 시밀러 시장 '교환성 충족'에 직판망까지 시너지?
상호교환성 인증 인증 4상 성공
바이오젠 사업부 인수 통한
직판 가능성 제기
수익성 제고·빠른 시장 대응 기대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가 약 25조원에 달하는 미국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 점유율 향상을 위한 무기인 상호교환성 확보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여기에 더해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 직접판매(직판) 체제를 갖출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에피스의 해외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출이 보다 공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에피스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하드리마'의 상호교환성(Interchangeability) 확보를 위한 임상 4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달성했다고 2일 밝혔다. 회사 측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 5월까지 폴란드, 체코, 리투아니아 등 동유럽에서 중등도 및 중증 판상건선 환자 371명을 대상으로 오리지널과의 상호교환성 임상 4상을 진행했다. 임상 12주까지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투여하다 13주부터는 1대 1 비율로 환자를 무작위 배정해 유지군은 오리지널을 지속 투여하고 교차군은 하드리마와 오리지널을 교차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23~25주의 농도-시간 곡선 아래 면적(AUC tau)과 최대 혈중 농도(Cmax)로 설정된 1차 평가지표가 사전에 정의된 동등성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효성, 안전성, 면역원성도 유사했다.
상호교환성 입증이 중요한 것은 바이오의약품의 특성 때문이다. 생명체 기반이라는 특성상 바이오의약품은 오리지널과 동등한 복제가 불가능하고 유사(similar) 복제만 가능하다. 바이오시밀러의 성분명이 '아달리무맙-bwwd(하드리마)', '아달리무맙-aaty(유플라이마)' 등으로 별도로 표기되는 이유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합성의약품 복제약(제네릭)과 달리 바이오시밀러는 미국 내에서는 원칙적으로 대체 처방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상호교환성을 입증하면 약사가 대체 처방을 할 수 있게 돼 점유율 제고가 가능해진다.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상호교환성을 인정받은 베링거인겔하임의 '실테조'는 현재 아달리무맙 고농도(HCF) 제품 대비 선호도가 많이 낮아진 저농도 제품임에도 주요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의 처방집 등재 목록에 빠짐없이 오르는 추세다. 이에 회사 측은 저농도·고농도가 함께 개발된 하드리마는 모든 농도가 상호교환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만큼 보다 효과적인 시장 공략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다.
이에 셀트리온 역시 2024년 말을 목표로 유플라이마의 상호교환성 확보를 위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고, 암젠(암제비타)과 화이자(아브릴라다) 등도 상호교환성 개발에 나선 상태다. 다만 FDA가 교체 가능 바이오시밀러로 인정한 사례는 실테조와 셈글리·레즈보글라(란투스 바이오시밀러), 시멀리(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등 4종에 불과하다.
에피스 관계자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상호교환성 확인을 위한 임상 시험에서 1차 평가 지표를 충족한 것을 확인했으며 관련 허가 승인을 위한 후속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실제 상호교환성 승인은 내년 7월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처음으로 상호교환성을 인정받은 바이오시밀러에 대해서는 1년간 독점적 지위가 보장되기 때문에 FDA에서 이 시기까지는 승인을 보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들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수익성 제고, 마케팅 전략 등을 이유로 해외 직판 체계를 구축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에피스 역시 직판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치매 치료 신약 '아두헬름(아두카누맙)'의 상업화가 실패하면서 경영진이 교체되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는 바이오젠은 최근 바이오시밀러 사업부 매각에 나섰다. 직접 연구·개발(R&D)을 진행하지는 않고 유럽과 미국에 약 300명의 영업 인력을 갖추고 지난해 7억5100만달러(약 9687억원)의 매출을 올린 영업 전문 사업부다. 이에 에피스가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합작사로 설립되는 등 바이오젠과 지속해서 협력을 이어오고 있는 만큼 주요 후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직판의 가장 큰 이점은 결국 수익성 확보다. 파트너사를 통할 경우 통상 매출액 대비 20~30%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직판이 이뤄지면 수수료가 사라지기 때문에 수익성 제고가 가능해지고, 특히 판매 제품이 많아질수록 수익 증대 효과는 커진다. 영업 전략 면에서도 파트너사와 지속해서 협의를 거쳐야 했던 이전과 달리 보다 시장에 밀착되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바이오젠의 바이오시밀러 사업부 인수는 에피스에는 이 같은 직판의 이점은 누리면서 동시에 위험요인은 제거하는 묘수가 될 수 있다. 직판 초기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영업망 신규 구축이다. 영업망 마련을 위한 초기 투자 비용이 상당하고, 좋은 영업 인력을 구하기 위한 경쟁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상당한 영업망을 확보한 바이오젠의 사업부를 인수한다면 곧바로 경쟁력 있는 직판 영업망을 갖출 수 있게 된다.
현재 에피스는 바이오젠을 통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임랄디'를 포함해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플릭사비'를 유럽에, 안과 질환 치료 바이오시밀러인 '바이우비즈'는 미국·유럽에 판매하고 있다. 다만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미국에서는 또 다른 핵심 영업 파트너인 오가논이 제품명 하드리마로 판매하고 있다. 이제 출시 초기인 만큼 직판 구축을 통한 판권 회수는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가능해 당장의 미국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전망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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