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전 메시지 남긴 尹… "국가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달라"
기후변화 피해 역시 국가 책임… 대응책 마련 "국가가 해야할 일"
부실시공, 재난피해, 흉악범죄 등 관계부처 대책 마련에 속도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참모진과 국무위원들에게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2일부터 8일까지 여름휴가를 떠나는 윤 대통령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시공 등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정부의 책임감을 당부한 것으로 읽힌다. 특히 윤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도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하며 호우·폭염 피해로 인한 국민 피해 예방을 거듭 주문했다.
2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최근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국민 안전 위협 사례를 재차 언급하며 관계부처에 책임감 있게 대비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참석자 모두에게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같이 생각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날 윤 대통령이 아파트 건설 현장 철근 누락 부실시공을 비롯해 집중호우·폭염 피해 대책, 묻지마 흉악 범죄 대응은 물론 약자복지 확대까지 꺼냈던 점을 감안하면 국민 안전을 위해 정부가 모든 분야에서 책임감을 가져달라는 취지다.
전국적인 아파트 부실시공 실태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화해 "경제보다도 안전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한 후 국무회의에서도 "안전은 돈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책무라는 철학과 원칙을 (참석자들에게) 전하기 위한 것으로 지금까지의 정부 대응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한 셈"이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 마련 역시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규정했다. 집중호우와 폭염 등 자연재해로 발생한 국민 피해 역시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 대응하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복구 대책을 바로 추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국가재난관리체계 개편도 따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관계부처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국토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중심으로 전국 모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대한 전수조사는 물론 '전관특혜'를 타깃으로 한 '건설 이권 카르텔'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LH 출신을 영입한 건설사들이 사업 수주 과정에서 혜택을 받았고 LH가 이들의 부실한 업무 처리를 방치하면서 붕괴 사고까지 발생했다는 의혹을 살펴보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전관 영입업체 부실설계 봐주기 ▲전관 영입업체 부실감리 봐주기 ▲공공사업 전관 영입업체 밀어주기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한 근절방안 마련도 윤 대통령 휴가기간 내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재난관리체계 전면 개편 역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이상민 장관이 업무에 복귀한 만큼 '극한호우' 등 기후변화에 대응한 매뉴얼 전면 개편과 사후 복구가 아닌, 사전 예방 중심의 체제가 수립될 전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길게는 20년 단위로 수립하던 예방체계의 경우 기간을 최단기로 쪼개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 경북 예천 산사태 등 다양한 사고를 유형화해 이에 맞는 매뉴얼도 사안별로 수립하는 내용이 담겨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묻지마 식 범죄' 예방을 위한 관계부처의 대응책 마련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강력 범죄자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보호수용제 도입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중처벌과 인권침해 우려가 있어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석방 조건에 따라 야간 또는 휴일 등 일정 시간 보호수용시설에서 교정프로그램을 이수해 사회에 적응토록하는 보호수용제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지시한 '강력한 처벌 방안 마련'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에 대해서는 가중처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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