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강자 아데산야, 그를 노리는 공무원 저격수
[김종수 기자]
UFC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33·나이지리아)는 최근 챔피언 행보에서 가장 큰 시련을 겪었다. 미들급 최고 전천후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떨쳐나가고 있던 가운데 긴 악연을 이어가고있던 숙적 알렉스 페레이라(35·브라질)에게 덜미를 잡혀버렸다. 킥복싱 무대서 2번 패배를 당한 데 이어 UFC에서마저 패배를 기록하며 0승 3패로 고개를 숙이고 말았던 것.
그로인해 미들급에서 12연승을 거두며 무적의 챔피언으로 군림했던 명성을 한꺼번에 잃어버릴 위기까지 처했다. 천적의 존재는 몸은 물론 마음까지도 망가뜨린다. 한번도 아닌 3번이나 패하게 되면 '저 사람은 당해내기 힘들다'고 스스로 포기해버리기 일쑤다. 아데산야는 달랐다. '실력이나 상성의 차이라기보다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이다'고 자신을 다잡았고 결국 리벤지에 성공했다.
UFC 287대회에서 있었던 2차전(MMA 기준)에서 아데산야는 비장의 한수를 가지고 나왔다. 2라운드에 다리에 데미지를 입은 척하며 페레이라를 유인했다. 직전 경기에서 다리에 충격을 받아서 스텝이 묶인 사이 맹공을 허용해 KO패 당한 것을 역이용한 전략이었다. 아데산야의 준비된 낚시는 성공했다.
페레이라는 절뚝거리는 아데산야를 따라 들어가 피니시를 노리고 펀치와 니킥을 퍼부었다. 그 순간을 노리고 있던 아데산야는 페레이라의 타격 빈틈을 노리고 있었고 눈에 들어왔다 싶은 순간 전광석화 같은 오른손 오버핸드훅을 날렸다. 예상치 못한 한 방을 허용한 페레이라는 큰 충격을 받고 휘청거렸다. 그리고 곧바로 오버핸드훅이 한 번 더 터지자 실신한 페레이라는 더 이상 일어나지 못했다.
▲ 아부스 마고메도프를 압박하는 션 스트릭랜드(사진 왼쪽) |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
성실한 공무원 파이터, 최강 챔피언 상대로 도발
2022년 마지막 대회와 2023년 최초의 대회에서 모두 메인 이벤트를 장식하는 진기록을 작성했던 스트릭랜드는 지난 2일 있었던 'UFC 파이트 나이트: 스트릭랜드 vs 마고메도프' 대회에서도 메인 이벤트를 장식하며 아부스 마고메도프(32·독일)와 격돌했다. 상대인 마고메도프는 지난해 9월 치렀던 UFC 데뷔전을 19초 KO승으로 장식하며 화제의 주인공이 된 인물이다.
프론트킥에 이은 펀치 연타로 더스틴 스톨츠푸스(31·미국)를 잠재우며 잠재력있는 스타 후보로 떠올랐다. 그리고 바로 다음 경기를 스트릭랜드와 메인이벤트에서 치르게 됐다. 마고메도프 입장에서는 엄청난 기회였다. UFC 2전째 만에 초고속으로 랭킹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었다.
신예에게 파격적인 기회를 줬다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주최측의 기대가 컸다고 보면 맞다. 80%의 놀라운 피니시율에 무려 15번이나 1라운드에 상대를 무너뜨린 타고난 킬러 본능을 높이 평가받았다. 마고메도프는 전투민족이라 불리는 다게스탄인이다. 어렸을 때부터 러시아 연방 다게스탄 공화국에서 레슬링을 배우고 독일로 이민 와서 킥복싱을 수련했다. 2010년 MMA무대에 데뷔해 스트릭랜드와의 대결전까지 25승 1무 4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데뷔전의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였을까? 상당수 베테랑들은 마고메도프와 경기를 가지기를 부담스러워했다. 이겨봤자 얻는 것은 없고 자칫 패하게 되면 잃게 되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트릭랜드는 달랐다. 그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경기를 가지는 공무원 파이터로 유명하다. 마고메도프와 매치업 얘기가 나오자 늘 그래왔듯이 별다른 생각없이 그냥 오케이했다.
"여러 상대들이 오퍼를 거절한 상대와 다음 경기가 잡혔다는 것은 기뻤지만, 솔직히 누군지도 잘 몰랐다"고 말했을 정도다. 위험한 결정이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스트릭랜드는 노련미를 보여주며 마고메도프를 잡아냈다. 2라운드 4분 20초만에 펀치 연타에 의한 TKO승으로 경기를 끝냈다.
위기도 있었다. 1라운드 시작 초반 눈 찌르기 반칙을 당하며 고전했다. 눈이 찔릴 경우 사물이 2개로 보이며 타격점을 잡기가 어려워진다. 기회를 잡았다싶은 마고메도프는 프론트킥, 미들킥, 로우킥 등 다양한 킥을 차면서 스트릭랜드를 몰아붙였다.
스트릭랜드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었겠지만 어차피 상황은 돌이키기 어려웠다.
반칙 부분만 신경쓰다가는 결국 경기를 내주게 되며 이것저것 다 잃게 될 수도 있었다. 스트릭랜드는 베테랑답게 방어에 신경쓰며 반격의 순간을 기다렸다. 마고메도프는 유리한 상황을 스스로 걷어찼다. 그는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며 그라운드로 전장을 옮겨갔지만 원하던 피니시에 실패했다.
오히려 스트릭랜드에게 한숨 돌릴 시간을 주고말았고 본인은 체력이 떨어져버렸다. 마고메도프는 킥을 차는 빈도가 줄어들었고, 스트릭랜드는 특유의 전진 복싱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2라운드 들어 스트릭랜드는 더욱 기어를 끌어올렸다. 펀치 연타를 날리며 전진스텝을 밟음에도 마고메도프는 뒤로 물러설 뿐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사진 왼쪽)에게 강펀치를 휘두르는 알렉스 페레이라. 둘의 천적관계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바있다. |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
아프리칸? 중국인? 스토리 넘치는 UFC 미들급 전선
스트릭랜드는 당시 승리 후 아데산야를 노리고 "타이틀을 원한다. 최초이자 유일한 중국 챔피언을 달라. 한번 해보자"며 강하게 도발했다. 아데산야는 킥복싱 선수 시절 무림풍과 글로리 오브 히어로즈 등의 중국 단체에서 활약하며 중국 국기를 들고 입장하기도 했는데 이를 꼬집어 멘트를 날린 것이다.
최근 백인 파이터 드리퀴스 뒤 플레시(29·남아공)가 아프리카를 대표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 아데산야가 비판한 부분을 거꾸로 비꼬았다.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뉴질랜드에 이민 간 흑인 파이터 아데산야는 남아공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백인 파이터 뒤 플레시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뒤 플레시는 지난 UFC 290대회에서 전 챔피언 로버트 휘태커(32·호주)를 꺾고 도전권을 따낸 상태다. 그는 백인이지만 아프리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때문에 아프리카 흑인 혈통이지만 아프리카 외 나라로 국적을 옮기고 챔피언 타이틀을 따낸 파이터들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반대로 거기에 해당하는 전·현 흑인 챔피언들은 뒤 플레시의 발언에 어이없어하며 분노하는 분위기다.
아데산야 역시 그중 하나다. DNA, 식민지 등의 단어까지 언급하며 뒤 플레시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주최측에서는 이런 갈등구도를 스토리로 잘 풀어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상황에서 스트릭랜드는 아데산야를 중국인으로 둔갑시키며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물론 아데산야는 뒤 플레시에게 분노가 집중되어 있어 스트릭랜드까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경기를 승리로 이끌고 타이틀을 지켜낸다면 다음 분노의 대상은 스트릭랜드가 될 수도 있다. 스트릭랜드가 노리는 부분도 바로 그것이다. 페레이라와 아데산야의 천적관계 스토리, 뒤 플레시와 아데산야간의 리얼 아프리칸 대립구도 그리고 이후를 노리는 스트릭랜드의 도발까지… 잠잠하던 UFC 미들급이 각본없는 드라마를 쏟아내며 요동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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