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전 택한 장현석 인터뷰…“꿈을 향해 달리고 싶었다”
아직 보름 가까운 심사숙고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결심이 선 이상, 더는 미룰 필요가 없었다. 8월의 첫날, 당찬 포부를 밝힌 마산용마고 3학년 오른손 투수 장현석(19) 이야기다.
장현석은 1일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공식발표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약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 도전 선언이라는 표현이 맞지만, 시장은 장현석의 계약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미 여러 메이저리그 구단이 영입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점은 선수 본인의 의지였기 때문이다.
이날 연락이 닿은 장현석은 “최근 들어 마음이 굳어졌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이어 “꿈을 향해 달려가고 싶은 열망이 커졌다. 또,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잠재력은 어디까지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도전을 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04년생으로 신장 1m90㎝, 체중 90㎏의 건장한 체구를 지닌 장현석은 고교 최대어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최고시속 157㎞의 빠른 공을 던져 KBO리그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샀다. 이어 올 시즌에는 수준급 커브도 장착해 7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0.33(27과 3분의 1이닝 1자책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냈다.
장현석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메이저리그 진출보다는 KBO리그 데뷔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생각이 달라졌다. 더 넓은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졌다. 이 사이 메이저리그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고, 결국 미국 직행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실 장현석에겐 고민의 시간이 조금 있었다. 2024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9월 14일 개최) 참가 신청서 제출 기간은 이달 15일이다. 보름 남짓 더 심사숙고할 수 있었지만, 마음을 굳힌 이상 더는 미룰 필요가 없다고 봤다. 장현석은 “물론 이 길이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안다. 그래서 고민이 컸다. 그래도 가서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장현석은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력한 전체 1순위로 거론됐다. 이미 한화 이글스가 지난해 최하위를 기록해 1순위 지명권을 가져갈 때부터 장현석의 한화 입단은 기정사실처럼 굳어졌다. 그러나 신인 드래프트 참가 포기로 새 국면을 맞았다. 문동주, 김서현과 함께 장현석이 강속구 삼각편대를 이루는 장면을 기대했던 한화팬들의 실망감이 큰 이유다. 장현석은 “응원을 해주셨던 팬들께는 그저 죄송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장현석에겐 이제 두 가지 큰 과제가 남았다. 국제계약 협상과 9월 열리는 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이다. 먼저 국제계약의 경우 계약금 100만 달러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현지 시장인데 현재 시점에서 대다수 메이저리그 구단은 국제계약 한도액 문제로 많은 돈을 쓸 수 없다. 이 한도액은 매년 1월 갱신된다. 장현석이 해를 넘겨 계약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아시안게임은 남은 기간 부상만 없다면 예정대로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 사이 협상이 완료돼 곧장 미국으로 건너갈 수도 있지만, 이 가능성은 낮다. 항저우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 면제 해택이 주어지는 만큼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도 아시안게임 출전을 막을 이유가 없다.
장현석은 “오늘 정말 많은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 많은 응원을 받은 적은 처음이다. 정말 감사하다”면서 “어느 무대에서 뛰든 최선을 다하겠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팬들로부터 받은 응원을 늘 생각하면서 노력하겠다. 또 아시안게임에서도 멋진 활약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이에게 집안일만 가르쳤다…부족 같은 이 가족이 사는 법 | 중앙일보
- '1조 기부왕' 99세 이종환, 가사도우미 성추행 무혐의 결론났다 | 중앙일보
- 갑자기 방향 튼 태풍 '카눈'…"수퍼컴 10대 예측 다 달랐다" | 중앙일보
- 가지도 못한 韓학교에 연봉 넘는 돈 떼였다…베트남인 무슨 일 | 중앙일보
- 올해 벌써 3명 사망…"검은 옷에 향수 뿌리면 큰일난다" | 중앙일보
- 文은 '조국 임명' 꺼냈다…정국 뒤흔든 총선 전 대통령의 휴가 | 중앙일보
- 괌 태풍 두달, 韓여행객 돌아왔다…'인생사진' 비밀 명소 어디 | 중앙일보
- [단독] 유독 '작년 말 올해 초' 몰렸다, 이화영 면회 간 野의원들 | 중앙일보
- 임영웅·BTS 이름 대고 수억 뜯어냈다…사인도 위조한 그들 수법 | 중앙일보
- 누구는 80장 걸고 누구는 0장…현수막도 특권, 희한한 법 [도 넘은 현수막 정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