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 자격 시험 낙방한 엄마, 아이들의 반응은?

전정희 2023. 8. 2. 09:1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성옥1971년 전북 고창 출생.

현재는 전남 영광에서 9명의 자녀를 양육하는 '아동청소년 그룹홈' 가정의 엄마다.

이구동성 아이들의 화답을 듣는 엄마는 기분이 묘해진다.

아이들의 진담 반, 농담 반의 놀림을 들으며 수개월을 공부했지만 결국 엄마의 몇 번째 버킷 리스트인 상담사 시험은 보기 좋게 미끄러졌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걸 잊지마-아동청소년 그룹홈 아홉 자녀 엄마의 '직진'](7)
엄마 놀려대는 아이들에게 강한 경고(?)장을 날리다

전성옥
1971년 전북 고창 출생. 현재는 전남 영광에서 9명의 자녀를 양육하는 '아동청소년 그룹홈' 가정의 엄마다. 여섯 살 연하 남편 김양근과 농사를 지으며 단란한 가정을 이끌고 있다. 김양근은 청소년기 부모를 잃고 세 여동생과 영광의 한 보육시설에서 성장했는데 그가 20대때 이 시설에 봉사자로 서울에서 자주 내려왔던 '회사원 누나' 전성옥과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이들의 얘기는 2017년 KBS TV '인간극장'에 소개되기도 했다.

전성옥 부부는 대학생 아들 태찬(19), 고교 2년생 딸 태희(17) 등 1남 1녀를 두었다. 이 자녀들이 어렸을 때 부부는 서울에서 낙향을 결심했다.  전성옥은 "어려운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주고 싶다"는 남편을 뜻에 동의해 영광에 내려와 그룹홈을 열었다. 이때 셋째 김태호(11)를 입양했다.

그 후 여섯 명의 딸 김초록(가명 · 19 · 대학생) 한가은(가명 · 이하 가명 · 18 · 특수학교 학생) 김현지(14 · 중학교 2년) 오소영(13 · 중학교 1년) 유민지(12 · 초교 6년) 장해지(9 · 초교 3년) 등과 함께 '다둥이 가정'을 꾸렸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전성옥은 귀농 후에도 문학반 수업을 들을 만큼 문학적 자질이 뛰어나다. 아이들과 함께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가장 즐겁게 생각한다. '사랑한다는 걸 잊지마'는 혈연 중심의 가족구성원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는 연재 칼럼이다.

"엄마가 상담사 공부하는 동안 잔소리가 줄으셨어요"

우리집 예쁜 풍경 중 하나는 아침독서이다. 학교 가기 전 10분에서 15분 정도의 시간은 책읽기 시간으로 채운다. 처음 시작할 때는 5분도 못 견디고 왔다갔다 하던 아이들이 3년 넘게 매일 아침시간을 투자하니 습관이 되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양치가 끝나면 가방을 정리해서 거실에 모두 모인다. 엄마도 물론 책을 가지고 같이 앉는다. 모닝커피를 끓여 옆에 놓고 아이들과 함께.

“엄마는 무슨 책 읽어요?”

“어? 어! 엄마는 상담사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야.”

“엄마는 상담사가 꿈이에요?”

“아니. 그냥 상담공부를 해보려고 하는 중이지. 엄마가 열심히 공부해서 너희들 문제를 상담해 줄게.”

당당히 말했지만 늦공부를 시작하는 엄마는 너~~~무 늙었다. 내용은 봐도봐도 처음 본 것 같고 읽고 읽고 또 읽어도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는다.

“엄마. 상담공부 어려워요?”

“어렵지. 너희들 학교시험보다 더 어렵다.”

“무슨 내용이인데요?”

“엄마가 읽어 줄 테니 잘 들어봐 얼마나 어려운 내용인지.”

'개인심리 상담의 목표 : 어떤 징후의 제거가 아닌, 내담자 자신의 기본적인 과오를 인정하고 자신의 자아인식을 증대시키도록한다......'

열심히 설명하는 엄마를 쳐다보던 딸 갑자기 생각난 듯.

“근데 엄마, 엄마가 상담 공부하는 동안 잔소리가 줄어든 것 같아요. 상담공부 효과인가요?”

“뭐?”

“아니. 말도 부드럽게 하시고 화도 덜 내신다니까요?”

“맞지. 애들아?”

“맞아. 언니. 요즘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 양말을 뒤집어 놨는데 엄마가 화를 안낸 것 같았어.”

“언니. 나도 나도야. 화장실에서 양치하다가 물장난 쳤는데 00야 빨리 양치하고 나와야지 하고 예쁘게 말했다니까.”

“엄마 목소리가 부드러워졌어.”

이구동성 아이들의 화답을 듣는 엄마는 기분이 묘해진다.

“우리 엄마가 달라졌다니까요. 하하하.”
아이들이 그린 우리집 아침풍경. 삽화=전성옥 제공

아이들의 진담 반, 농담 반의 놀림을 들으며 수개월을 공부했지만 결국 엄마의 몇 번째 버킷 리스트인 상담사 시험은 보기 좋게 미끄러졌다.

아침독서시간에 엄마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말했다.

“엄마 상담사 시험 떨어졌다.”

뭐가 문제냐는 아이들의 표정과 말투.

“괜찮아요. 엄마 공부하는 동안 우리들은 잔소리를 덜 듣고 살았잖아요.”

“도전 하세요. 내년에 더 열심히 하시면 되요.”

이것들은 엄마의 도전을 응원하는 것인가, 잔소리가 줄어들 엄마를 기대하는 것인가. 키득거리며 엄마를 놀려대는 아이들에게 강하게 경고(?)장을 날렸다.

“알았다. 내년에는 꼭 자격증 따고 말테야. 기대해!”

전성옥(수필가) jsok00@hanmail.net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