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최초 람보르기니 레이스 참가…“모터스포츠 관심 많아지길”
세계서 가장 빠른 원메이크 레이스 시즌 1위
“한국은 일반인들이 차를 타고 다니는 수준을 보면 수준이 아주 높아요. 하지만 그에 비해 모터스포츠는 ‘우물 안 개구리’입니다. 관련 협회나 기업에서 해외 수준에 맞는 대회를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업이 후원을 하고 실력 좋은 드라이버가 나올 수 있는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저희 임무라고 생각해요”
2007년 수입차 업계에 다니는 한 회사원이 운전을 배우기 시작했다. 일반 운전이 아닌 서킷을 달리는 운전 말이다. 아내와 싸우면서도 자신의 한 달 월급을 쏟아부어 대회에 참가했다. 그렇게 모터스포츠 판을 기웃거리던 이 회사원은 람보르기니 주관 경주대회에 한국팀으로 처음 참가하게 됐다. 이창우 SQDA-그릿모터스포츠팀 선수 이야기다.
그의 파트너 드라이버 권형진 선수는 재미교포 출신이다. 2011년 지금의 아내를 만나 한국에 정착했다. 아내 다음으로 권 선수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자동차다. BMW M3를 타본 후 드라이버의 삶을 꿈꾸게 됐다. 올해 48세인 그는 이창우 선수의 제안을 받고 대회에 참가했다. “아이들 교육 문제 등 가족 문제가 있었지만, 이 기회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국 선수들로 이뤄진 팀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원메이크 레이스(단일차종 경주) ‘슈퍼 트로페오 아시아 시리즈’에서 시즌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모터스포츠 불모지에서 쟁쟁한 실력자들을 제친 이창우·권형진 선수는 이번 달 한국에서 열리는 4라운드에서 순위 굳히기에 들어간다. ‘꿈’을 이룬 이들의 앞으로의 목표는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 시리즈는 유럽·북미·아시아 3개 대륙에서 개최되는 대회 중 아시아 권역 대회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슈퍼 트로페오 에보 2라는 차량을 모든 드라이버가 타고 실력을 겨룬다. 아시아 시리즈는 6라운드까지 펼쳐진다. 이 중 4라운드는 이번 달 18일~19일 강원 인제 스피디움에서 열린다. 시리즈에서 우승한 팀은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그랜드파이널에 진출할 기회를 얻는다.
이전에도 슈퍼 트로페오에 나선 한국인은 있었다. 자동차 마니아로 알려진 배우 류시원씨가 2013년에 이 대회에 참가했다. 하지만 오롯이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팀이 전체 시즌을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국내 람보르기니 공식 수입사(람보르기니 서울)에서 대회용 차량을 구매한다는 소식을 이창우 선수가 듣게 됐다. 자동차 행사 대행업체를 운영하는 그는 역으로 람보르기니 서울에 제안했다. ‘한국팀을 만들어 출전하자’
차량에 태극기를 붙이고 매우 뿌듯한 상태로 출전한 1라운드(말레이시아)에서 두 선수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권 선수는 “해외 선수들이 한국인들을 이런 대회에서 본 건 사실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선수는 굴하지 않고 실력을 뽐냈다. 1라운드 종합 2위, AM(아마추어) 클래스 1위를 기록해 단숨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호주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도 종합 2위와 AM 클래스 1위, 3라운드 종합 5위, AM 클래스 1위를 기록했다. 4라운드(일본)에서도 다시 AM 클래스 1위를 차지해 시즌 전체 1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 대회를 앞두고 두 선수는 ‘홈그라운드’ 이점을 활용해 순위 굳히기에 들어간다. 이창우 선수는 “인제 서킷이 홈트랙인 만큼 종합 순위 3위(모든 클래스 포함)안에 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가시권에 들어온 그랜드파이널에 대해서 권형진 선수는 “프로만큼 잘 타는 게 욕심이지만 그들과 경쟁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라며 “월드 파이널에 나간다면 저희로서는 매우 감동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회를 통해 두 선수가 바라는 점은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이미 그 잠재력은 충분하다. 두 선수가 처음 출전한 1라운드 경기가 유튜브에서 생중계될 때 시청자 500명 중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었다. 이들을 응원하는 댓글이 한글로 계속 달렸다. 이창우 선수는 “해외 경기를 하면서 가장 피부로 와 닿았던 것은 관중들이 레이스를 보면서 즐기는 문화가 정착돼있다는 것이다”고 했다. 이같은 관심을 기반으로 기업들이 드라이버를 후원하고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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