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트너 팀’ 되고 다시 어셈블… “세계 제패 해야죠”
펍지 명문‘젠지’게임단 출사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명문 게임단 ‘젠지(Gen.G)’는 최근 제2의 전성기를 꿈꾸며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국내 취재진과 만난 젠지 선수단은 국제 대회 참가를 앞두고 맹연습 중이라며 “두 번째 도약을 할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젠지는 배틀그라운드(펍지) 프로 대회 태동과 함께 창단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인기 프로게임단이다. 2017년 말 팀을 꾸린 후 이듬해 국제 대회에서 내로라하는 강호를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었다. 그리고 다음 해엔 국내 대회와 세계무대를 연달아 재패하며 최전성기를 보냈다. 당시 ‘총 게임’은 유럽, 북미 등 서양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젠지는 예외로 우승 경쟁력을 갖춘 강자로 인정받았다. 젠지는 서양에서 제법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젠지의 성적은 과거 명성이 무색할 정도였다. 잦은 선수 교체와 기존 선수의 기량 하락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얼기설기 말썽이었다. 한때 팀 해체설까지 나돌았으나 올해 초 ‘글로벌 파트너 팀’에 선정되며 기사회생했다. 이를 계기로 ‘어셈블(모여라)’을 외친 유명 선수들이 하나 둘 팀에 뭉쳤다. 국내 최고 인기 선수인 ‘피오’ 차승훈을 필두로 ‘태민’ 강태민, ‘DG98’ 황대권, ‘EJ’ 이정우 등 팀 전성기 당시 주축 선수와 최근 좋은 폼을 보인 타 팀 출신 선수가 한데 어우러졌다. 지휘봉은 2019년 당시 선수로 팀 우승을 이끈 고정완 코치가 잡았다.
지난달 25일 크래프톤 사옥에서 진행한 매체 인터뷰에서 선수단은 ‘세계 제패’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겠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지난 5월 젠지에 합류한 이정우는 “프로로서 존경하는 형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우는 2021년 은퇴했다가 이번에 다시 프로 무대에 복귀했다. 그는 “부모님이 제 프로게이머 생활을 믿고 열심히 지지해주셨는데, 이번에 꼭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들과 팀워크를 많이 맞춰보진 못했지만 더 친해지고, 게임 내에서 더 좋은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젠지는 ‘스트리머 팀’이라는 독특한 구조로 게임단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문화대로라면 빠듯한 합숙 훈련을 통해 팀의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스트리머 팀은 인터넷 개인 방송에 더 초점이 맞춰져있다. 그만큼 개인 연습 시간이 길지만 팀워크 측면에서 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 해외에선 이 같은 운영법이 꽤 활성화돼있다고 한다. 다소 실험적인 방식이지만 젠지는 한 달여 전 열린 ‘펍지 글로벌 시리즈(PGS) 한국 예선전’에서 준우승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냈다. 본선은 오는 10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막을 올린다.
고정완 코치는 “선수들이 개인 방송을 열심히 하면서 자연스럽게 단순 전투를 많이 하기 때문에 사격 등 피지컬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면서 “반대로 팀 단위의 연습 경기를 많이 못해 끈끈한 팀워크나 체계적인 브리핑이 부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차승훈은 “예전부터 저는 개인방송을 통해 팬들과 함께 즐기는 걸 좋아했다. 악플에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팬들에게 제 플레이와 일상생활을 보여주며 소통하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대회에 가기 전 팀워크를 맞추면 분명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5년여의 프로 생활로 최고참이 된 차승훈은 “과거엔 화를 잘 내고 승부욕이 강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분위기 메이커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제가 돋보이는 것보다 다 같이 잘해서 부각되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다. 그러려면 배려가 중요하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팀원들이 좀 더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젠지는 올해 초 ‘글로벌 파트너 팀’에 선정됐다. 주최사인 크래프톤이 팀 인지도와 성적 등을 고려해 국내에선 유일하게 젠지를 파트너 팀으로 뽑았다. 선정된 팀은 팀 브랜디드 아이템과 국제대회 출전권 등의 혜택을 얻는다. 아이템 판매 수익의 일부는 팀에게 돌아간다.
황대권은 “젠지가 원래 좋은 팀인데 거기에 파트너 팀이라는 혜택까지 생겼다”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팀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제가 속한 팀이 우승할 때를 곱씹어보면 결국 스스로가 잘했던 결과였다. 다른 팀을 신경 쓰기보다 우리가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초엔 제가 노력하지 못해 폼이 안 좋았다. 제가 기대만큼 잘하면 팀 성적도 더 오를 거라 본다”고 말했다.
강태민은 “이번 국제 대회(PGS2)에서 목표는 우승”이라면서 “고향 친구인 대권이와 함께 우승을 하면 더 의미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성적이 나오든 안 나오든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들께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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