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까지 내다 판 롯데웰푸드, 실탄 비축 포석?

이민지 2023. 8. 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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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동 사옥 주인 롯데웰푸드→롯데홈쇼핑
웰푸드, 제과·푸드 합병 이후 투자규모 늘려와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가 롯데홈쇼핑(법인명 우리홈쇼핑)에 사옥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러한 결정이 나온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롯데홈쇼핑이 해당 건물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롯데웰푸드가 해외 진출 등을 위해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는 만큼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니즈(수요)가 맞물렸을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웰푸드 본사 전경.[사진제공=롯데웰푸드]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웰푸드와 롯데지주는 롯데홈쇼핑에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 5가에 위치한 양평 사옥 토지와 건물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해당 건물은 롯데웰푸드와 롯데지주가 각각 35.4%, 64.6%의 지분을 들고 있다. 2017년 롯데지주 출범 과정에서 인적 분할이 이뤄지면서 롯데지주와 지분율을 나누어 갖게 된 것인데 실질적으론 롯데웰푸드가 주인이다. 롯데웰푸드는 1~19층으로 이뤄진 사옥 중 13~19층을 사용 중이다. 나머지 층은 롯데홈쇼핑이 쓰고 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오고 가는 금액은 총 2039억원으로 롯데지주는 1317억원을, 롯데제과는 722억원을 받게 된다.

양평동 사옥은 최근 ‘롯데家 3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롯데홈쇼핑 방문을 위해 찾는 등 롯데홈쇼핑의 색이 강해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본래 롯데제과 본사라는 상징성을 품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롯데제과 시절 영등포 물류센터 자리에 사옥을 지어 2010년 양평동에 첫발을 내디뎠다. 해당 사옥은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 본사라는 점에서 과거 신동빈 회장이 여러 차례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기도 한 곳이다.

이번 매각에 대해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사옥에 홈쇼핑 쪽 직원들이 웰푸드보다 두 배나 많기 때문에 그쪽에서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며 "매각 이후에도 임대 형식으로 해당 건물을 본사로 쓸 예정"이라고 답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현재는 롯데지주가 지분만 들고 있을 뿐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건물이 아니다"며 "사용 비중이 높은 홈쇼핑에 매각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자산 효율화를 끌어내겠다는 것인데, 롯데 웰푸드가 지주와 함께 지분 매각에 나설 수 있던 배경엔 현금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부터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합병 이후 큰 규모의 시설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이다. 올해 좋지 못한 영업 환경으로 지난해 계획해뒀던 자본적지출(CAPEX) 규모 2400억~2900억원을 맞추진 못할 것이 예상되지만, 시장 환경을 고려해가며 지난해(1214억원)보다는 많은 수준에서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시장에서도 사업 확장에 적극적이다. 올해 출자 규모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나 지난해엔 러시아 법인(120억원), 인도 초코파이 생산라인(300억) 투자를 위해 792억원을 출자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신흥국에서 미국 등 선진국으로 사업 영역 확장을 노리고 있다.

투자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만큼 빌린 돈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1조2864억원이었던 차입금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조4806억원으로 확대됐다.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9300억원으로 2년 전과(5200억원) 비교하면 4000억원이나 순증했다. 올해 초엔 채무상환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1년여 만에 3000억원 규모로 공모회사채를 발행했다. 사모 시장에서 발행하는 기업어음(CP)까지 고려하면 채무증권 규모는 확대되는 추세다. 부채상환, 자사주 매입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잉여현금흐름(FCF)은 지난해 3분기 570억원에서 4분기 -521억원, 올해 1분기엔 -97억원으로 마이너스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 재무 부담이 크진 않지만, 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재무구조 관리는 필수적이다. 구정원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합병 비용, 자사주 취득, 해외사업 확장, 신사업 관련 지분투자 등으로 인해 차입금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해외 설비 확장과 합병 관련 생산 효율화, 통합 시스템 구축 등이 계획돼 있어 자금 지출은 더 늘 것"이라며 "지금은 안정적이지만, 제과 시장 성장 둔화, 투자 부담으로 차입금이 더 늘어날 경우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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