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바이오사이언스, 주주배정 증자로 자금 조달 나서

박형수 2023. 8. 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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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2년전 마이크로바이옴 개발 업체 인수
신약 개발, 막대한 자금과 시간 필요…1분기에도 영업손실

2년 전 CJ제일제당으로부터 700억원 넘는 자금을 수혈받았던 CJ 바이오사이언스가 주주배정 증자로 자금 조달에 나섰다. 임상 비용이 늘면서 손실 규모가 커진 탓이다. 최대주주인 CJ제일제당은 배정받은 신주를 모두 인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주주들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임상 비용으로 사용한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J 바이오사이언스는 구주 1주당 신주 0.55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1차로 산정한 주당 발행가는 1만5350원으로, 지난 5월22일 이사회에서 증자 안건을 결의할 때 계획했던 발행 예정가 2만100원보다 23.6%가량 낮아졌다. 조달 규모도 650억원에서 49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유상증자 결의 전까지 2만5000원을 웃돌던 주가는 주주배정 증자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2개월여 만에 주가는 2만원을 밑돌고 있다.

CJ 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치료제 개발 업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 군집(Microbiota)과 유전체(Genome)의 합성어다. 인간, 동식물, 토양, 바다, 대기 등 환경에 존재하는 미생물군 및 관련 유전정보의 총체를 의미한다. 발효식품에서 독자 발견해 분리한 만든 신약 후보물질을 폐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CJ 그룹이 2021년 7월 마이크로바이옴 개발 업체 천랩을 인수해 사명을 CJ 바이오사이언스로 바꿨다. 구주 인수와 신주 취득 등으로 지분 44%를 확보했다. CJ제일제당은 구주를 취득하는 데만 732억원을 투자했다. 주당 발행가는 3만7465원이었다. 인수 당시 CJ그룹은 CJ제일제당이 갖고 있는 최고 수준의 미생물 균주 발효 기술에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석기술을 접목해 차세대 신약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당시 주가는 7만원을 돌파할 정도로 기대감이 컸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사업은 CJ그룹의 4대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인 '건강(Wellness)' 분야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CJ 바이오사이언스의 고유한 역량과 CJ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미래 먹거리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대가 컸지만 지난 2년 동안의 투자에도 아직 눈에 보이는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CJ그룹이 인수하면서 자금 여력이 커졌지만 신약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순 없었다. 2021년과 2022년에 순손실을 각각 193억원, 34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40억원선을 유지했다. 임상비용이 늘면서 손실이 커졌다.

부채비율은 2020년 말 112.7%에서 2021년 말 32.4%로 개선됐다. CJ 그룹에서 자금이 들어온 효과다. 2022년 말 부채비율은 다시 84.1%로 높아졌다. 올 1분기에도 순손실 73억원을 기록했고 1분기 말 부채비율은 92.9%로 집계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389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주력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이라는 점과 지난해 순손실 규모를 고려했을 때 운영자금 확충 필요성이 커졌다.

증자로 임상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면역항암제 효과가 없는 폐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 균주인 CJRB-101을 개발하고 있다. CJRB-101은 인체 면역세포 효능을 높여 면역항암제와 함께 치료할 때 항암 효능을 증대하는 기전을 보유하고 있다. 폐암 환자로부터 암 조직을 이식한 동물 모델을 통해 효능을 확인했다. 올해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임상 1/2상 시험계획 신청서(IND)를 승인했다. 6월에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승인을 받았다. 올해 3분기부터 내년 4분기까지 약 131억원을 투자한다.

염증성 장질환(IBD)을 치료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 균주(CLP-105)와 영국 4D 파마로부터 도입한 균주에 대한 임상비용으로 85억원을 사용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약을 개발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구개발 비용 증가, 판매승인 지연, 임상 실패 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구주주 청약 배정분에 대한 100% 또는 120% 청약 참여 등을 검토하고 있다. 증자 절차를 마무리해도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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