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도 사교육, 1000만원 들더라"…불법 '둠강'까지 판친다
“리트(LEET) 대비 7개월 과정이 1000만원이에요. 로스쿨 입시는 ‘현대판 음서제’라는 이유를 알게 됐어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을 준비 중인 대학생 남모(25)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로스쿨은 사교육비는 입학 전 뿐만 아니라 입학 후에도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돼서다. 남씨는 “입학하고 나서도 학원 선행반을 다닌다고 한다. 선배들이 집에 돈이 없으면 ‘마이너스 통장’부터 만들고 오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근 전문직 선호현상으로 로스쿨의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관련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어둠의 강의(둠강)'라 불리는 불법 강의 공유도 활발하다. 지난 23일 치러진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응시자는 1만5642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학가에선 "이과는 의대 중심이라면 문과는 전공 상관없이 대학 입학 후 로스쿨 진학을 우선하는 분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입학해도 학원 필수…마이너스 통장 만들라더라”
로스쿨 입학 후에도 선행학습과 변호사시험 대비를 위한 사교육이 계속된다. 한 수도권 로스쿨 재학생은 “입학 직전 겨울방학 동안 ‘관리반’에 들어갔는데, 두 달 동안 관리비에 수강비까지 400만원을 냈다. 관리반에선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일요일만 빼고 수업을 듣는다”고 말했다.
지역대학 로스쿨 학생들은 방학마다 서울의 학원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지역 로스쿨 재학생 최모(29)씨는 “서울 상위권 대학엔 변호사시험 출제에 참여하거나 교재를 집필하는 교수가 많지만, 지역 로스쿨엔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시험은 학교가 아닌 사교육으로 각자 준비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학교에서도 학원 교재를 추천하고, 아예 ‘일타강사’가 만든 문제집을 학교에서 교재로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백만원 학원비에 불법 강의·교재까지
처음에는 로스쿨 학생들끼리 교재 파일이나 인터넷 강의 아이디, 강의 녹화본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전문 업자까지 등장했다. 둠강을 이용해 본 한 로스쿨 재학생은 “동기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업자 이메일 주소를 공유한다. 소개인을 밝혀야 답이 오고, 상품권으로만 거래할 수 있다”며 “과목당 60만원짜리 강의를 5만원에 받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한 출판사는 70만원 상당의 법학 서적을 5000원에 불법공유했다며 로스쿨 학생 50명을 고소하기도 했다. 당시 출판사 대표는 “많은 연구개발 비용을 들여 만든 책인데 매출이 40%나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한 둠강 이용자는 “불법이라는 건 잘 알지만 모두가 하고 있어 죄책감은 들지 않는다”며 “로스쿨 자체가 금수저가 아니라면 정직하게 공부할 수 없는 환경이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로스쿨 등 성인을 대상으로 한 학원이 사교육 관리·단속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초·중·고 보습 학원은 정부가 정한 교습비 조정기준에 따라 교습비를 책정하고 공시해야 하는데, 성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직업교육학원은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정규 교육과정이 없기 때문에 교습비 산출 근거가 제각각이지만, 이미 공교육을 벗어난 성인들이 다니는 학원을 사교육으로 규제해야 할지도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정상원 인턴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이에게 집안일만 가르쳤다…부족 같은 이 가족이 사는 법 | 중앙일보
- '1조 기부왕' 99세 이종환, 가사도우미 성추행 무혐의 결론났다 | 중앙일보
- 文은 '조국 임명' 꺼냈다…정국 뒤흔든 총선 전 대통령의 휴가 | 중앙일보
- 韓학교에 연봉 넘는 돈 떼였다…한국 가지도 못한 베트남인 무슨 일 | 중앙일보
- 올해 벌써 3명 사망…"검은 옷에 향수 뿌리면 큰일난다" | 중앙일보
- 괌 태풍 두달, 韓여행객 돌아왔다…'인생사진' 비밀 명소 어디 | 중앙일보
- [단독] 유독 '작년 말 올해 초' 몰렸다, 이화영 면회 간 野의원들 | 중앙일보
- 임영웅·BTS 이름 대고 수억 뜯어냈다…사인도 위조한 그들 수법 | 중앙일보
- 누구는 80장 걸고 누구는 0장…현수막도 특권, 희한한 법 [도 넘은 현수막 정치] | 중앙일보
- 사람 잡는 폭염에 진드기·모기까지…'생존게임' 된 새만금 잼버리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