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방향 튼 태풍 '카눈'…"수퍼컴 10대 예측 다 달랐다"
중국으로 향하던 태풍 ‘카눈’이 한국 쪽으로 방향을 튼 31일 기상청은 비상이 걸렸다. 방향을 동북쪽으로 튼 것도 예상 밖이었지만, 이후의 진로 역시 오리무중이었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1일 “그날 기상청 국가태풍센터가 혼돈에 빠졌다”고 토로했다.
하루 전(30일) 기상청의 최신 수퍼컴퓨터 5호기가 계산한 수치예보 모델은 6호 태풍 카눈이 오는 3일 즈음 중국 상해 부근에 상륙한다고 예고했다. 세계 각국의 수치예보 모델들과 같은 결론이었다.
갑자기 예상 진로가 변경돼 한반도 상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기상청 관계자들을 더 난감하게 한 것은 기상청이 참고하는 주요국의 수치 모델 10여 개의 태풍 종착지 시나리오가 각각 다른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카눈이 중국에 상륙한다는 시나리오부터 일본 규슈 남쪽 해상을 지난다는 시나리오까지 예측 범위가 전례없이 넓었다”고 말했다. 예보관은 예측 모델들을 다시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 예보 내용을 결정해야 한다.
기상청도 혼돈에 빠진 태풍의 진로
기상학자들은 앞으로 태풍, 허리케인과 같은 열대성 저기압이 더 자주, 강하게 발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바닷물이 더 따뜻해지는 등 기후 변화가 과거보다 심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6월 지구 평균 온도는 174년 기록 사상 가장 더웠고 전 세계는 극단적인 폭염과 폭우에 시달렸다. 한국 기상청도 정확한 예보에 한계를 드러내며 ‘기상중계청’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여기에 올해는 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올라가는 엘니뇨 현상이 예고된 상태다. 개빈 슈미트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 연구소 소장은 최근 “엘니뇨는 올해 말 절정에 달해 내년은 올해보다 훨씬 뜨거울 것”이라며 “엘니뇨 영향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발표했다.
“수퍼컴도 극한 기상은 예측 어려워”
최첨단 수퍼 컴퓨터를 가진 미국 해양대기청(NOAA)도 지난 6월에 허리케인 예보를 위한 수치예보 모델을 추가로 도입했지만, 허리케인 진로와 강도 예측 정확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NOAA는 지난 2015년 허리케인의 진로를 잘못 예측해 사우스캐롤라이나가 큰 수해를 입은 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기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수퍼컴퓨터의 성능보다 수치예보 모델 방정식과 지난 100여년 간 쌓인 기상 데이터가 더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폭염·폭우·가뭄에서 볼 수 있듯 지난 100년 간 나타나지 않은 극한의 수치는 수퍼 컴퓨터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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