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인터뷰] ‘콘크리트 유토피아’ 가장 본능적인 이병헌

정진영 2023. 8.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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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까지 이런 이병헌을 본 적이 있었나. 이성회로를 상실한 듯 멍한 눈동자, 앞뒤 안 재고 달려드는 원초적인 본능. 배우 이병헌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지금까지와 아주 다른 동물적이고 본능적인 얼굴을 보여준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재난이 닥친 서울,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은 황궁 아파트의 새로운 주민대표가 된 김영탁을 연기한 배우 이병헌을 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병헌은 영화 속 영탁과 180도 다른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사실 어제(7월31일) 영화를 전부 다는 못 봤고 3분의 2 정도 보다가 나왔는데 ‘개봉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감독님이 계속해서 뭔가를 하고 계셨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진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아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일단 재난 영화다. 대지진으로 도시의 거의 모든 것이 무너진 서울이 배경이다. 이병헌이 연기한 김영탁은 희생정신을 인정받아 새로운 주민대표로 추대된 뒤 처음엔 그 상황에 당혹스러워하다가도 곧 자신의 위치에 적응해 가는 캐릭터다.

어느 누구든 그렇겠지만 영탁 역시 점층적으로 쌓인 인물이다. 그의 현재엔 과거가 있고, 또 다시 그 현재가 영탁의 미래를 새로이 그려나간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영탁의 서사는 때로는 놀랍게, 때로는 섬뜩하게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리더라는 새로운 위치를 부여받은 뒤 영탁도 고민을 했겠지만,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을 한 순간도 많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과격해진 부분도 있고, 어떤 때는 ‘인생 뭐 있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 싶고요. 자신에게 주어진, 그리고 점점 커지는 권력을 주체하지 못 하면서 그게 점점 광기가 되지 않았을까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확실히 그동안 봤던 이병헌과 다르다. 액션 느와르부터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누구보다 폭 넓은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이병헌이지만 여태껏 김영탁만큼 본능에 의존하는 동물적인 캐릭터는 없었다. 이병헌의 연기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관객이라도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이병헌의 얼굴엔 놀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가 내지르는 기괴한 고함, 그 기묘한 표정. 이병헌은 또 한 번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인가를 입증했다.

“저도 어제 스크린에서 제가 한 연기를 보면서 ‘나한테 이런 얼굴이 있었나’ 싶어서 놀란 장면이 있긴 했어요. 보면서 저도 조금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그러면서 이병헌은 “배우들은 요즘 눈알을 몇 개씩 가지고 다닌다”며 웃음을 보였다. 앞서 제작 보고회에서 박보영은 “방금 전에 봤던 눈빛이 아니더라. 이병헌 선배가 눈알을 갈아 끼운 줄 알았다”고 한 바 있다.

“어떨 때는 스스로 ‘이렇게 연기를 하는 게 맞나’ 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럴 때면 상상에 의존을 해서 ‘그래, 이런 감정일 거야’라고 캐릭터의 마음을 짐작해서 조심스럽게 표현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함이 있어요. 그런 불안함이 해소되는 건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을 때죠.”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여름 한국 영화 빅4로 꼽히는 기대작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지난달 31일 언론 및 배급 시사회를 진행했다. 시사회 이후 반응은 뜨겁기 그지없는 상황.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대다수다. 배우로서 안도되는 건 이런 지점이다. 이병헌은 “다행히 시사 이후에 좋게 봐주셨다는 반응을 많이 받아서 불안했던 감정들이 자신감으로 바뀌는 것 같다”며 “배우로서 난 항상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는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이 작품 시나리오부터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우리 영화를 뭐라고 할까요. 스릴러의 성격이 강한 휴먼 블랙 코미디 정도 아닐까요. 그만큼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영화입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돼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병헌 외에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등 충무로의 주목 받는 배우들이 다수 출연했다. 연출은 엄태화 감독이 맡았다. 오는 9일 개봉.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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