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학부모 탓’ 유언없어”…카이스트 교수 글 논란

권남영 2023. 8. 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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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교수가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과 관련해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교권의 붕괴 때문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는 견해를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만약 교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무도한 태도가 원인이고 이게 사회적 문제라면 우리는 교사들의 자살이 다른 직종보다 높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며 "모든 직종의 사람들이 자살을 한다. 즉 직종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어떤 심리상태에 이르면 자살이라는 지극히 예외적인 선택을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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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 뉴시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교수가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과 관련해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교권의 붕괴 때문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는 견해를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만약 교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무도한 태도가 원인이고 이게 사회적 문제라면 우리는 교사들의 자살이 다른 직종보다 높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며 “모든 직종의 사람들이 자살을 한다. 즉 직종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어떤 심리상태에 이르면 자살이라는 지극히 예외적인 선택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사안일 수 있는데, (여론이) 바로 사회적 폭력의 피해자로 단정하는 것은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이런 성급함이 또 다른 ‘민식이법’을 만들어내고, 교권이라는 말로 군사부일체란 봉건적 권위주의 가치관을 회복시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며, 재발 방지 대책 의견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 교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어 “인과관계를 무시한 피해자 단정은, 만약 그것이 원인이 아니라면 우리는 근거도 없이 어느 학생과 그 학부모를 살인자 또는 타인을 극단적으로 선택하게 만든 살인자로 모는 것과 같다”면서 “교육도 사람을 다루는 감정 노동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선생님은 모두 존경받는다는 환상 속에 마음이 여린 분이 직업을 잘못 택한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도에 따르면 자진(自盡)한 교사는 특정 학생이나 학부모의 문제로 죽는다는 억울함을 호소한 유언을 남긴 것이 없다고 하는데, 왜 이런 위험한 단정들을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이 교수 블로그 캡처


이 교수는 끝으로 “우리 사회는 사회 구성원을 모두 나약한 존재들로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사건 사고마다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를 외치고 있다”며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모두 지켜줄 수 있는 것처럼 환상에 빠지는 일이 올바른 일은 아니다. 그리고 인과관계도 없는 원인을 지목하고 단죄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의 글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지면서 카이스트에는 이날 항의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이 교수는 추가 글을 올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용납 못하겠다는 태도야말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비민주적으로 비춰지는 것이라고 아시기 바란다. 그리고 ‘글을 내려라, 저를 해하고 싶다’고 말하는 태도야말로 제가 옳았다는 심증을 굳게 만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SNS를 접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교사 A씨 추모 공간. 오른쪽 사진은 유족이 공개한 A씨의 생전 모습. 연합뉴스, A씨 유족 블로그 캡처


앞서 지난달 18일 서이초 새내기 교사 A씨(24)가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사망 이후 일선 교사 사이에서는 교권을 바로 세워 달라는 목소리가 연일 커지고 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서이초 교사 등으로부터 받은 제보에 따르면 A씨는 담당 학급의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긋는 사건이 벌어진 이후 가해자 혹은 피해자 학부모로부터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동료 교사에게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동료에게 ‘내가 휴대폰 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고, 교무실에서도 알려준 적이 없는데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 소름 끼친다. 방학 후에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과 합동조사단을 꾸려 언론에 보도된 의혹들과 학교 측이 지난달 20일 낸 입장문의 사실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결과는 이르면 다음 주 초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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