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업체가 LH 용역 149건 중 139건 쓸어갔다

심희정,구자창 2023. 8. 2.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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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는 건축설계 등 대부분의 입찰 계약을 LH 전관을 영입한 업체에서 다 따낸다는 문제는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공공기관 불공정 계약실태 감사보고서'에서 LH가 건축설계 공모와 용역 종합심사낙찰제 방식으로 발주한 사업 대다수를 LH 전관이 근무하는 업체가 계약했다고 지적했다.

2020년 1월~2021년 4월 진행된 용역 종합심사낙찰제에서는 149건 중 139건(93%)이 LH 전관 업체 계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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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질타한 ‘건설카르텔’ 실태
2020년 1월~2021년 4월 종심제 감사
‘양산사송’ 설계 공모서 사전 접촉
LH, 자체조사 후 감사 처분 안해
경기 오산시 청학동 오산세교2 A6블록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1일 오후 보강작업을 위한 잭서포트(하중 분산 지지대)가 설치됐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이 단지를 포함해 지하주차장 철근을 빠뜨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를 공개했다. 이 단지는 보강철근 필요 기둥 90개 중 75개에서 철근이 누락됐다.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는 건축설계 등 대부분의 입찰 계약을 LH 전관을 영입한 업체에서 다 따낸다는 문제는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다. 하지만 LH와 업체 간 형성된 ‘이권 카르텔’은 땜질식 처방만 반복된 탓에 뿌리 뽑히지 못했다. 결국 선제적으로 전관특혜 의혹에 대응하지 못한 LH가 이권 카르텔이 지속되도록 내버려 둔 셈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건설산업의 이권 카르텔이 지적되고 있다”며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반(反)카르텔 정부”라며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을 혁파하지 않고는 어떠한 혁신도 개혁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LH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가 공공계약을 따내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공공기관 불공정 계약실태 감사보고서’에서 LH가 건축설계 공모와 용역 종합심사낙찰제 방식으로 발주한 사업 대다수를 LH 전관이 근무하는 업체가 계약했다고 지적했다. 2018년 1월~2021년 4월 진행된 건축설계 공모 294건 중 193건(65%)이 LH 전관이 근무하는 곳에서 계약됐다. 2020년 1월~2021년 4월 진행된 용역 종합심사낙찰제에서는 149건 중 139건(93%)이 LH 전관 업체 계약이었다.

감사원은 LH 전관 업체가 상당수 계약을 따낸 배경으로 이들 업체가 심사·평가위원에게 접촉한 정황을 꼽았다. 감사원이 LH 전관 업체가 체결한 계약 332건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LH 퇴직자와 사전 접촉한 내부 심사·평가위원은 59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위원은 ‘사전 접촉·설명, 비리·부정행위 여부 확인서’에 이런 사실을 적지 않았다.

특히 LH의 긴급안전점검 결과 전단보강근 미흡으로 적발된 지구(양산사송 A-8BL)의 설계 공모에서도 외부 위원이 사전 접촉 사실을 알렸지만 경고장을 받는 데 그쳤다. 해당 단지는 구조 계산을 제대로 하지 않아 241개 무량판 중 72개에서 철근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LH는 2021년 6월 LH 혁신방안을 통해 심사·평가위원을 전부 외부 위원으로 선정하고 있기 때문에 전관특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 특성상 외부 위원이라도 특혜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은 사전 접촉한 것으로 보이는 내부 심사·평가위원에 대해 적정한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지만 LH는 개별 인사에 대한 감사 처분 없이 제도 개선만 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구자창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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